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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튜디오 포카 Mar 25. 2020

얼렁뚱땅 태교법

2020. 01. 13(월)

새벽에 일어나 반신욕을 하고 이른 아침을 먹으며 팟캐스트를 들었다. 즐겨 듣는 팟캐스트는 '서늘한 마음썰'. 가장 좋아하는 팟캐스트 중 하나이다. 팟캐스트마다 업로드되는 요일이 달라서, 요일별로 기다리는 방송이 정해져 있다. 요즘 업로드를 기다리는 팟캐스트로는 이수정 박사님과 이다혜 기자님의 '범죄영화 프로파일'과 임경선 작가님의 '개인주의 인생 상담'. 이미 최종화까지 모두 업로드되어 있어서 아껴가며 듣는 팟캐스트도 있다. 네이버 오디오 클립의 도대체 작가님의 '도대체 어쩌다 사랑이', 임경선X요조 작가님이 이끄는 '교환일기'. 교환일기 방송은 재밌게 들은 나머지, 얼마 전엔 두 분이 꿈에도 나왔다(두 분이 함께 여행을 가신다고 했다. 여행을 즐기는 두 분이라 꽤 현실감 있는 꿈이라고 생각했다). 




클래식 음악을 듣거나, 태담을 들려주거나 하는 오디오 태교(?)를 따로 하지 않는다. 대신 임신 전부터 그랬듯이 작업하는 시간 동안 내가 좋아하는 여성 창작자들과 인물들의 목소리를 주로 듣는다. 그림을 그릴 때는 팟캐스트를 들을 수 있지만, 글을 써야 해서 대화를 듣기 어려울 때에는 음악을 듣는데 요즘은 정밀아 님과 강아솔 님의 앨범을 자주 찾는다. 출산 후 과정에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임신 출산 육아 카테고리의 팟캐스트를 찾아서 들어본 적도 있지만, 결국엔 원래의 구독 리스트로 다시 돌아오게 되더라. 내가 좋아하는 구독 리스트들은 임신의 경험을 나누지는 않지만, 다양성을 기반으로 진행되는 방송이므로 깊이 공감받고, 공감하는 느낌이 든다. 여성들의 힘 있는 목소리에서 위안을 받기도 하고, 용기를 얻는다. 이런 공감대는 임신의 경험이 버겁게 느껴질 때마다 묘하게 힘이 되어 주었다.




책도 열심히 읽는다. 물론 이것도 태교를 위한 책은 아닌! 내가 읽고 싶은 책을 읽고 있다. 올해부터 부지런히 책장 정리를 하고 있어서 어느 때보다도 열정적으로 책을 읽고 있다. 더 이상 찾지 않고, 자리만 차지했던 책을 정리하기 위해서인데 중고 서점에 보내거나, 지인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올해 들어 읽은 책이 벌써 여섯 권 째. 평소 나의 독서 속도를 생각해보면 꽤 빠른 편이다. 책을 읽어야 하는 목표를 가졌더니 자연히 책 읽는 시간을 마련하게 되고... 나도 책을 빨리 읽을 수 있는 사람이었구나 싶다. 사고 싶은 책은 계속 생기는데, 책을 읽는 속도보다 사들이는 속도가 더 빨라서 책장에는 늘 책이 쌓여만 갔었다. 이제는 책을 쌓아두고 보관하는 갑갑함과 수고로움을 덜기 위해서 새 책 한 권을 사려면, 책장에서 책 다섯 권은 비워야 하는 규칙을 세웠다. 인터넷 서점에서 주문한 책을 중고서점에서 수령하기로 신청해두고, 다 읽은 책 다섯 권을 가져가서 새 책과 바꿔오는 방법을 실천 중인데 효과가 좋다. 갖고 싶은 책이 생겼을 때, 읽는 책의 페이지를 넘기는 속도가 더 빨라진다. 오늘도 중고서점에 팔 책을 골랐고, 책장에 마꼬를 위한 여유 공간을 더 만들었다. 




인터넷 서점에서 받지 않는 책들은 작업실 근처의 작은 서점, '한 뼘 책방'에 기증했다. 책을 만드는 출판사이기도 하고, 서점이라고 해서 방문했는데 이 한 뼘 책방도 중고서점이었더라. 책방 안에 어린이 책 코너가 마련되어 있는데 좋은 동화책이 많았다. 책장 한편에서 영유아용 초점책 세트를 발견하곤 낮에 중고서점에서 책을 판 돈으로 구입해왔다. 처음으로 마꼬를 위한 책을 샀다. 집에 돌아와 마꼬의 책장에 마꼬의 첫 책, 초점책 세트를 깨끗이 닦아 채장에 꽂아두었다. 출산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마꼬를 빨리 만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는데, 첫 책을 보여줄 날은 어쩐지 기다려진다. 태교라고 부르기도 무색하게 어설프고 허술한 날들을 보내고 있지만, 나름대로 나의 하루를 착실하고, 건강히 보내며 마꼬를 만날 날을 향해 가고 있다. 언젠가 만나는 그날이 오면, 마꼬도 건강히 마중 나와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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