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01. 14(화)
어제 책을 여러 권 들고 움직였던 일정이 꽤 고되었나 보다. 점심때는 회의도 있었으니 그럴 법도 했다. 이제는 낮에 조금만 걷더라도 밤이 되면 다리가 불은 어묵처럼 부어오른다. 오랜만에 밤잠이 쏟아져서 기절하듯 잠들었는데 꿈만은 아주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꿈속에서 대만, 중국인 여자 친구들을 사귀었다. 나는 임신한 상태도 아니었고, 나도 그들처럼 조금은 나이가 어려져 있었다. 꿈속에서 내내 셋이서 어설픈 영어로 대화를 했음에도 대화가 잘 통했고, 취향도 비슷해서 처음 만난 사이같이 않게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어딘지 모를 골목을 걸으며 퀴즈 맞추기 게임도 하고, 신나게 수다를 떨었다. 어느 기차역 부근에서는 아이쇼핑을 하기도 했다. 내가 곰인지, 너구리인지가 헷갈리게 그려진 니트 소재의 귀여운 가방을 발견하고는, '이거 혹시 할머니 가방처럼 보여? 사지 말까?'하고 그 친구들의 의견을 물었던 것도 기억난다.
우리 셋은 재밌는 게 없을지 고민하다 마라톤에 나가기로 했다. 참가신청을 마치고, 마라톤 기념 티셔츠를 받았는데 꿈이었지만 무척 기뻤다. 지금 다시 생각해도 꽤 설렌다. 임신기간 동안 땀 흘리는 운동이 너무 하고 싶었나 보다. 꿈은 아쉽게도 출발선에 모이기 직전, 수많은 참가자들 사이에서 이 두 친구를 찾는 부분에서 끝이 났다. 아직 달려보지도 못했는데... 모처럼의 아쉬움과 단잠에서 깨기 싫은 마음에 뒤척이다 오후 1시가 되어서야 겨우 일어났다. 생각해보니 꿈속의 그 친구들 이름도 안 물어봤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좋은 시간 보내게 해 줘서 고마웠다. 임신하지 않은 홀가분한 몸으로 누군가랑 맘껏 수다 떨고, 거리를 걷고, 새로운 일에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꿈에 그려진 것은 아닐까 싶었다. 언젠가, 다시 그럴 수 있는 날이 오겠지. 그때가 올 때까지 아주 많이 돌아가는 기분이긴 하지만. 그저 꿈이었지만, 마음만은 달리기를 실컷 하고 온 기분이라서 다행히도 마음이 그리 무겁지만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