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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튜디오 포카 Apr 07. 2020

돌고도는 마음

2020. 01. 19(일)

올해로 지어진지 50년 된 우리 집은 손 볼 곳이 참 많았다. 이사할 때 결로 공사를 하고 들어왔는데도 겨울 동안 안방과 거실, 작은 방 창문 가장자리 벽지에 곰팡이가 피었다. 마꼬가 태어나기 전에 벽지를 제거하고 곰팡이 방지제를 바르기로 했는데 생각보다 일이 만만치 않았다. 벽지를 깨끗하게 뜯어내는 데만 며칠이 걸려서 한동안 시멘트가 드러난 벽을 보며 생활을 해야 했다. 곰팡이 방지 페인트를 바르려면 초배지까지 말끔히 뜯어내야 하는데, 도배 업체가 오래된 벽지를 뜯지 않고 그 위에 새 벽지를 발랐던 터라 생각했던 것보다 손이 많이 가게 되었다. 벽지를 한 꺼풀 뜯어내자 오래된 벽지와 누렇게 삭은 신문지가 드러났다. 옛날에는 신문지를 초배지로 대신 썼던 모양이다. 천구백팔십사 년. 토토와 내가 태어났던 해의 신문도 보였다. 벽에 눌어붙은 오래된 신문지를 칼로 일일이 긁어내야 했던 어제, 친구 J와 K가 방문해 일손을 거들어 주었다. 



아파트 대신 오래된 주택에서의 삶을 선택한 우리 부부의 결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었다. J와 K는 그런 우리의 결정을 이해해주고, 가장 먼저 축하해주었다. 사 년 전, 토토가 해외로 출장에 가고 내가 출근했던 사이, 포카가 분리불안으로 장판을 실컷 뜯어냈던 적이 있었다. 업체를 부르기엔 돈이 아깝고, 그냥 두고 지내기엔 괴로운 사이즈의 사고 현장이라 장판을 사다가 직접 보수하기로 했는데, 이때도 신혼집에 찾아와 도와줬던 친구들이었다. 토토는 황금 같은 휴일에 일손을 거들어준 두 친구에게 고맙다며 소고기를 구워 저녁상을 차렸다.



출산 준비 중에 친구와 지인들의 도움을 꽤 받고 있다. 주위에서 이것저것 받은 것도 많아서 아기 용품을 하나도 사지 않았다. 그저께는 사유지의 나래 작가님이 택배로 아기 옷과 아기용품, 로션 등등을 잔뜩 보내주셨다. '너무 감사해서 어쩌죠. 그냥 받기 손 부끄러우니 아이에게 필요하신 것 있으시면 알려주세요.'라고 연락드렸지만, 작가님은 '아기 용품은 원래 돌고 도는 것 같다'며 극구 사양하셨다. 나래 작가님도 주변의 도움을 많이 받으셨다고 했다. 임신 전에는 출산 준비를 하는 과정에 이런 도움과 나눔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같은 경험을 한 여자니까, 어려울 거란 걸 잘 아니까 혹은 알 것 같아서 마음을 써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니 고맙고 또 감사하다. 나도 아기용품이던, 시간을 내어주는 일이던, 언젠가 나눌 수 있는 것은 나누고 싶다. 임신을 준비하는 지인들에게서 기쁜 소식이 들리기를 기다리고 있다. 아기들이 부디 건강히 잘 찾아와 주기를! 



밤늦게 집에 돌아갔던 K와 J는 오늘 낮까지 세상모르고 푹 잤다고 한다. 내일이 벌써 월요일이다. 둘 다 출근해야 하는 날인데 잘 쉰 건지... 다시 한번 고맙고 또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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