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01. 20(월)
서울에 봄이 도착한 것 같은 기분을 제대로 느낀 날이었다. 따뜻한 공기와 햇살 덕에 뱃속까지 간질간질한 기분이 들었다. 겨우내 옆집에 가려 해가 잘 들지 않던 방에도 계절이 바뀌었는지 낮동안 따스한 볕이 찾아왔다. 달력을 보니 곧 입춘이더라.
오늘은 조리원에 마사지를 받으러 다녀왔다. 집 근처에 정기 검진을 받으러 다니는 여성병원이 있고, 그곳에서 마꼬를 낳을 예정이었다. 같은 건물에 조리원도 있다. 우리는 포카 때문에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곳을 가야 했기에 별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혹시라도 봄 즈음, 아이들이 많이 태어날까 봐 우리는 일찌감치 조리원을 미리 예약해두었다. 전체 비용 중 십 퍼센트의 계약금을 걸고 예약했는데, 서비스로 산전과 산후 마사지를 각 1회씩 받기로 했다. 마사지를 받는 것은 좋지만, 서비스가 끝나면 왠지 숍에서 계약을 강요할 것 같았고, 그런 불편한 상황을 일찍 맞닥뜨리고 싶지 않아 예약하기를 내내 미뤄왔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받았던 예약 권유 전화에서 이 이상 더 시기가 지나면 태아에게 무리가 갈 수 있으므로, 더 늦기 전에 예약하는 게 좋겠다는 안내를 받아 떠밀리듯 예약일을 잡았다. 출산 후에 마시지를 받을 건지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이제는 결정을 내려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조리원 내에 있는 마사지 숍은 아담했다. 옷을 갈아입고 관리실로 들어가자, 침대 위에 천장을 보고 누울 수 있도록 선생님이 도와주셨다. 그리고 뭉친 등근육과 다리를 집중적으로 관리받았다. 요즘 다리가 퉁퉁 부어올랐던 터라 토토가 종종 밤마다 다리를 주물러 주곤 했었는데, 숍에서도 다리가 많이 부어 있다는 말을 들었다. 온몸이 단단한데 운동을 했었냐는 말도 함께(어릴 때부터 많이 들었던 말이라 익숙했다).
마사지 체험을 마치고, 실장님께 산후 마사지 할인 프로모션 상담받았는데 역시나 비용이 너무 비쌌다. 내가 상상했던 것처럼 계약을 강요하는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무작정 강요를 했더라도 나 혼자 섣불리 계약을 할 수 있는 금액이 아니었다. 마꼬가 태어나면 토토가 육 개월 동안 출산 휴가를 쓰기로 해서, 월 수입이 줄어들 예정이라 절약을 해야 한다. 그리고 조리원 비용은 이미 우리 가계에 오버 버젯이다. 조리원에서 2주에 가장 싼 방이 이백 팔십만 원. 그간 산부인과 정기검진으로도 다달이 지출이 꽤 컸다. 앞으로의 분유값을 생각하면 큰돈이 한꺼번에 나가는 일에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사지 숍에는 남편과 상의해보겠다고 말하고 나왔다. 숍에 들어갈 때와 달리 몸이 가뿐해져서 마음이 무거워졌다.
출산 후에 몸이 많이 붓는다던데... 마사지를 꼭 받아야 할지 맘 카페에 후기글을 찾아보며 고민했다. 마사지는 필수니 꼭 받으라는 사람이 아홉이라면, 그중 한 명은 돈이 아까웠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내가 그 한 명에 들어갈 수 있을까. 밤마다 부어올랐던 다리를 생각하면 자신이 없어진다. 토토와 저녁을 먹고, 마사지 숍에 다녀온 이야기를 하면서 마사지를 받아 말랑해진 다리를 토토에게 보여줬다. 눈으로도 보이는 드라마틱한 결과에 토토는 "마사지도 예약하면 되지!"라고 말했지만, 문제는 비용이었다. 가격을 공유했는데, 한참 말이 없던 토토는 내가 우리 집을 대표해서 마꼬를 낳는 거고, 몸으로 고생하는 거니까 그만한 돈을 쓸 자격이 충분히 있다고 했다. 나는 말 만이더라도 고맙다고 생각했다. 우리 예산이 부족할 것 같으니 더 고민을 해봐야겠지만.
늘 애를 낳는 날이 오기는 오는 건가... 싶었다. 임신 사실을 알게 된 후, 입버릇처럼 "계절이 두 번 바뀌면 아이를 낳게 되겠지!" 했는데. 바뀌지 않을 것만 같던 계절이 결국 두 번 바뀌었다. 엄마가 될 준비를 했다고 하기엔 모자란, 어영부영하는 사이 마꼬의 달력은 부지런히 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