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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튜디오 포카 Apr 11. 2020

토토의 생일

2020. 01. 21(화)

내일은 토토의 생일이다. 자정에 제일 먼저 축하해주고 싶어서, 도서관에도 들를 겸 밖에 나가 케이크를 사 오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의욕과 달리, 잠깐 눈을 붙인다는 것이 세 시간 동안 내리 잠들어 버렸다. 눈을 떠보니 이미 한 낮. 옆에서 같이 잠들었던 포카를 깨워 배변 산책을 다녀오니 이미 해가 저무려고 했다. 오늘은 긴 시간동안 걷고 싶어서(의사 선생님도 태아가 한참 내려와야 한다고 많이 걷고, 운동하라고 하셨다) 홍제천을 따라 마포 중앙 도서관까지 걸어가 볼 생각이었으나 느지막이 집을 나서게 된 바람에 버스를 타야 했다. 



사실 오늘 영화관에도 가고 싶었다. 그래서 낮에 영화 예매 사이트도 열어보고, 상영시간도 체크해보고 했는데 몸의 피로를 마음이 이기지 못했다. 그리고 이제는 방광이 눌려서 화장실을 자주 가는 바람에 영화관에 오래 앉아 있을 자신도 없고.



도서관에서는 빌리고 싶은 책이 서가에 보이지 않아 한참을 찾아 헤맸다. 집에 일찍 가서 케이크를 몰래 숨겨놓으려고 했는데, 이미 늦어버렸다. 베이커리에는 가지도 못했는데 토토에게서 퇴근했다는 전화를 받았다. 마음이 조급해졌다. 부랴부랴 책을 골라 대출하고 리치몬드 제과점으로 향했는데 아뿔싸. 매주 화요일은 휴무란다. 어쩔 수 없이 연희동에 있는 다른 베이커리에 들려 겨우겨우 마음에 드는 케이크를 사고 집으로 돌아왔다. 리치몬드의 케이크! 리치몬드의 샌드위치도 먹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토토에게 케이크를 사 온 게 탄로 났지만, 토토는 덤덤했다. 잘 챙겨주지 못해 미안하고 아쉬웠는데, 토토는 괜찮단다. 나만 아쉬웠으니 나도 괜찮아하기로 했다. 함께 저녁을 먹고, 자정 넘어 초에 불을 켰다. 내년부터 토토는 아빠가 된다. 큰 이벤트 없는 소소한 생일 축하상이었는데 그 이유만으로도 이미 큰 이벤트가 생긴 것 같았다. 아빠가 아닌 토토로서의 마지막 생일. 토토가 생일 초의 불을 껐을 때 어떤 소원을 빌었을지 어렴풋이 짐작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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