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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튜디오 포카 Jan 03. 2021

달래

2020. 01. 30(목)


종종 배가 싸하게 아팠는데, 오늘은 그 강도가 조금 셌다. 그런 통증을 느낄 때마다 고양이 자세로 엎드리면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된다고 들어서 쭈그려 앉아 바닥 청소를 하곤 한다. 직접 겪어보니 맘 카페의 임산부들이 왜 이 통증을 '생리통이 오는 느낌'이라고 표현했는지 단박에 알겠더라. 이런 경험을 몇 번이나 거치고 출산의 시기가 오나 본데 초초기의 감각이 이 정도라니. 세상에... 진진통은 얼마나 큰 고통일까. 믿기 힘들어서 그저 웃음만 나올 뿐이다. 아 모르고 살고 싶다. 평생.



오늘은 외출했다가 돌아오는 길에 시장에 들러 장을 보았다. 달래를 보니 토토가 생각나서 가장 먼저 골랐다. 그 외에는 느타리버섯, 감자, 양파를 순서대로 꼽았고, 저녁 메뉴로 된장찌개를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부르는 채소를 분주하게 바구니에 담는 야채가게 사장님께 가방에서 꺼낸 장바구니를 보이며 비닐은 안 받겠다고 했다. 사장님이 '젊은 사람이 나이 든 사람처럼 장바구니도 챙겨 다닌다'라고 하며 기특하다고 했다. 신혼 초에는 마음 가는 대로 허랑방탕하게 살았다. 지금도 크게 다르진 않지만 그때는 더 했던 것 같다. 나만의 부엌이 생겼다는 큰 기쁨에 사보고 싶었던 식재료를 마음껏 사들였다. 그 시절엔 연희동에 있는 마트를 애용했다. 그곳은 오래전부터 외국인이 많은 동네여서 그런지 마트에서 다양한 식품류를 고를 수 있었고, 장보는 재미가 있었다. 하지만 그만큼 비쌌다. 앞으로는 식구가 하나 더 늘어날 예정이라 재래시장을 이용하려고 한다. 집 근처에 시장이 두 군데나 있으니 품이 좀 들더라도 부지런히 움직이면 소비를 줄일 수 있겠지.



집에 와서 장바구니를 정리하고 달래를 다듬었다. 달래는 향긋하지만 손질이 까다로운 편이라고 생각해왔다. 뿌리도 작은데 깍지도 까야하고, 조금이라도 신경을 덜 쓰면 대가리가 댕강 잘려버린다. 먹을 부분을 넉넉히 확보하려면 야무지게 신경을 써야 한다는 점에서 콩나물 다듬기와는 레벨이 다르다. 달래를 다듬던 중에 토토가 귀가했다. 하지만 피곤한데도 신경 써주는 내 마음도 모르고, "우와, 달래 다듬는 거야?"란 말만 하고 도와주지 않더라. 서운한 마음과 함께 짜증이 났다. 아침에는 밀린 설거지를, 포카 산책하고, 장보고, 밥도 차려주는데 좀 도와주지... 밤에 샤워를 하는 중에 코피까지 났다. 요즘 잠을 푹 자지 못했어 몸이 고단했나 보다. 토토는 밥 먹고 설거지를 해준다더니 누워있다가 그대로 잠이 들었더라. 아무래도 설거지는 내일 아침에 내가 해야 할 듯싶다. 달래를 까는 수고로움을 나누진 못했지만, 잠든 토토의 뒷모습에서 어쩐지 이미 달래를 푸짐하게 깐 것 같은 피로함이 묻어나 그냥 두기로 했다. 언젠가 이 수고로움을 아는 날이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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