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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씬날 Apr 30. 2019

내가 쓰는 스얼레터 #15

함께 연주할 준비 되셨나요?

요즘 즐겨보는 프로그램이 생겼습니다. 슈퍼밴드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인데요. 무슨 또 새로운 오디션 프로그램인가 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 같아서 짧게 설명을 드리자면 보컬뿐만 아니라 기타, 베이스, 드럼, 바이올린, 첼로 등 다양한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들이 나와 그 사람들끼리 팀을 이뤄 음악을 연주하고 '슈퍼밴드'를 만드는 프로그램입니다. 기존의 오디션 프로그램이 '가수'를 만드는 데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 프로그램은 각각의 구성요소가 조화를 이루는 것이 더 중요한 '밴드'를 만드는 것입니다.

처음에 이 프로그램을 볼 때는 '천재들만 나오는 프로그램이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정말 다양한 장르의 음악과 악기를 다루는 사람들이 나와 자신들만의 음악을 보여줬거든요. 솔직히 혼자 연주해도 손색이 없는 멋진 음악인들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런데 심사위원들은 그 사람들이 어떤 음악을 하고 싶은지와 함께 내가 밴드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물어봅니다. 밴드는 혼자 하는 음악이 아니기 때문이죠. 내가 하고자 하는 음악의 방향 예를 들면 그것이 하드한 록 스타일인지 어쿠스틱인지 재즈인지 큰 방향이 있다면 그 음악을 하기 위해 내가 가진 능력을 그 음악을 만드는 팀과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를 함께 보는 거예요.

개인의 평가가 끝나고 팀을 구성하고 연습하고 공연하는 모습이 이어졌습니다. 첫 번째 경합이었죠. 어느 팀 하나 못하는 팀이 없었습니다. 소위 말하는 귀호강이 이런 거구나 생각했는데요. 잘하는 팀들의 공통적인 심사위원들의 평가가 있었습니다. "각자의 장점이 묻어나되 누구도 도드라지지 않고 팀의 색깔을 너무나 잘 보여줬다", "함께 음악을 즐기는 모습이 좋았다"라는 어쩌면 조금은 당연해 보이는 평가였죠. 그런데 저는 이 평가만큼 밴드에게 좋은 평가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아까 말했다시피 밴드는 혼자 하는 음악이 아니니까요.

제가 많은 밴드의 공연을 보면서 청중으로서 가장 희열을 느끼는 순간은 보컬 고음의 테크닉이 드러나는 부분이나 기타 솔로 부분이 아니라 팀 전체가 그들의 음악에 빠져들어서 서로 눈을 마주치며 슬쩍 미소를 날리는 순간이거든요. 저 사람들이 느끼는 소위 "합이 잘 맞는다"라는 저 짜릿함은 어떤 느낌일까요? 어떤 곡에서는 똑같은 리듬만 반복해서 쳐야 하는 드러머도, 노래의 마지막에만 등장하는 퍼커셔니스트도 '아 내가 이 노래를 만드는 한 사람이구나'라고 느끼는 그 순간이 어쩌면 함께함의 정점이 아닐까요.

슈퍼밴드를 보면서 팀원을 뽑고 각자의 능력을 조화롭게 맞춰가고 함께 일하며 성과를 내는 조직과 굉장히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 조직이 가고자 하는 방향, 비전을 이해하고 동의하는 개인이 그의 능력을 우리 팀에서 얼마나 더 십분 발휘할지가 중요하고, 어떤 프로젝트를 달성하기로 했다면 그것을 향해서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 그렇게 함께 일하고 만들어나가는 즐거움은 그 목표를 달성했을 때나 비록 그것이 목표에 미치지 못했을 때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함께함의 든든함은 느껴본 사람만이 알거든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멋진 하모니를 위해서는 어떤 역할도 소중하지 않은 건 없다는 것입니다. 다시 또 말하지만 밴드는 혼자 하는 음악이 아니기에 그만큼 각자의 연주가 무엇보다도 소중할 테니까요. 이번 한 주도 자신의 파트에서 최고의 소리를 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결국은 짜릿한 하모니를 만들어내는 시간이 되길 응원합니다.
 

- 최애밴드 중 하나인 콜드플레이의 Adventure Of A Lifetime을 들으며 나리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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