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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씬날 Aug 17. 2019

내가 쓰는 스얼레터 #18

나, 그리고 모두의 시선

지난 며칠 가족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국내 여행은 꽤 많이 다녀왔던 우리 가족이지만 해외로 다섯이 다 같이 움직이기는 처음이었습니다. 부모님과의 해외여행에 대한 다양한 후기를 접했기에 여행에 대한 설렘보다는 걱정과 불안이 앞섰습니다. 일부러 한 번 다녀온, 너무 덥지 않은 여행지를 골랐지만 나 홀로, 무계획의 여행을 좋아하는 저에게 이번 여행은 휴가라기보다는 새로운 미션이었습니다. 

그런데 제 걱정과는 달리 여행은 누구에게나 새로운 경험을 제공해주고 내가 몰랐던 시선을 갖게 해주는 시간이었음을 다시 한번 깨닫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특히 저의 가장 큰 걱정거리(?)였던 아빠는 여행 내내 하나하나 관찰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평생 전기 기술자로 살아온 아빠에게 다른 나라의 설비, 공사현장, 현장 차량까지 새로운 관찰대상이었나 봅니다. 에어비앤비 숙소의 콘센트까지 신기하게 바라보고 설명해주는 아빠의 모습을 보면서 아빠와 함께한 여행이 아니었다면 내가 이런 시선으로 여행할 수 있었을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아빠가 함께 길을 걷다가 제게 "나리야, 아빠가 적어도 20년 전에만 이렇게 와서 볼 수 있었으면 새롭게 일해보고 다른 방식을 적용해볼 수 있었을 거 같다."라고 덤덤하게 말씀하셨습니다. 때로는 답답하고 보수적이라고만 생각했던 아빠도 어쩌면 더 많이 보고 알 수 있는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그런 시선으로 바라보는 방법을 몰랐던 게 아니었을까요.  

이번 여행은 저에게도 세상을, 그리고 우리 가족들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함께 하는 여행을 통해서 아빠, 엄마, 동생들의 시선으로 여행지를 바라볼 수 있었거든요. 혼자였다면 절대 시키지 않았을 메뉴를 먹어보기도 했고 혼자였다면 절대 찍지 않았을 각도의 사진을 얻기도 했으며, 같이 했기에 더 많은 관점으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어쩌면 우리 일상도 이렇게 여유를 갖고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생각하고 이해해볼 수 있다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나와는 조금 다른 시선이 틀린 것이 되고 이겨야 되는 것으로 여겨지지 않고 그저 '저 사람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라고 생각하게 된다면 우리는 굳이 일상을 벗어나지 않더라도 작은 여유를 갖고 큰 마음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요. 제게 이번 여행이 모두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어 더욱 풍성해질 수 있었던 것처럼 말이죠. 


- 바람이 시원했던 그곳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나리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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