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씬날 Dec 02. 2019

내가 쓰는 스얼레터 #21

사람이 만드는 일에 대하여

슬러시 2019의 스테이지 중 하나인 Quantum Stage

얼마 전 슬러시(Slush) 2019에 다녀왔습니다. 슬러시는 매년 핀란드 헬싱키에서 개최되며 전 세계에서 2만여 명이 넘게 참석하는 큰 규모의 스타트업 행사입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다른 나라에도 크고 작은 스타트업 행사가 많지만 그중에서도 슬러시에 꼭 한 번 가보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는 슬러시가 대학교의 커뮤니티에서 시작되었고, 지금도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의 노력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매력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처음 슬러시의 행사장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화려한 조명과 영상, 분위기에 압도되었습니다. 이후 슬러시에서 제공하는 매치메이킹이라는 시스템을 통해 슬러시에 온 많은 사람들과 메시지를 주고받고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슬러시는 '축제'라는 단어가 더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느슨한 연결과 만남을 만들고 즐거운 분위기로 이 시간을 사람들이 더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장치를 마련한 것 같았습니다. 이는 슬러시를 만드는 사람들의 철학이나 태도가 고스란히 묻어나 참석자들에게까지 전해졌기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수많은 커뮤니티가 생기고 정말 많은 행사가 열리는 요즘입니다. 특히 스타트업 동네에서는 거의 매일같이 다양한 곳에서 사람들이 모이고, 이야기를 공유하고, 인사하며 연결을 만들어갑니다. 비슷해 보이는 행사와 주제에도 직접 가보면 모두 각기 다르다는 느낌을 받습니다.(그래서 겉에서 보는 게 다가 아니라 직접 그 속에 들어가 봐야 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 또한 사람들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작은 모임이라도 그것을 준비하고 만드는 사람들, 함께 하기 위해 참석하는 사람들의 분위기가 결국 그 모임의 색깔을 결정짓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아무리 같은 시스템을 똑같이 따라 만든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될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슬러시를 이틀 동안 즐기면서 우리가 만드는 행사에 온 사람들은 어떤 느낌을 받고 갈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스얼이 만든 '바이브'는 어떤 것일까, 우리는 어떤 색깔로 사람들을 연결하고 있을까, 어떻게 확장시켜나가야 할까. 참가자에게도, 연사에게도 그리고 그걸 기획하고 운영하는 나와 내 동료들도 그 시간이 알차고 값지면 좋겠다고 되뇌었습니다. 그리고 조금 더 욕심을 내자면 스얼에서 만들어진 연결들이 어디선가 작은 불씨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결국 그것 또한 함께하는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않으면서요. 


- 벌써 내년이 고민인 나리 드림 -


매거진의 이전글 내가 쓰는 스얼레터 #20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