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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씬날 Apr 12. 2020

내가 쓰는 스얼레터 #25

20. 04. 06 우리는 빛나는 목소리를 가졌으니까요.


뮤지컬 앙상블이 무엇인지 아시나요? 앙상블은 대개 뮤지컬의 주연과 조연을 제외한 배역으로 코러스를 넣거나 뒤에서 춤을 추는 역할을 말합니다. 극의 상황을 드러내거나 사건을 고조시키기 위해 뮤지컬 전체에 등장하며 극의 전체 흐름을 이끌어가는 배우들을 일컫습니다.


최근 이 앙상블들을 위한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고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배우들은 짧게는 1년, 길게는 10년 넘게 뮤지컬 무대에서 앙상블을 해오던 이들인데요. 여느 오디션 프로그램처럼 참가자들의 무대를 보고 멘토들이 평가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이때 멘토들은 참가자들에게 다양한 것을 요구합니다. 다양한 장르의 노래와 춤은 기본이고, 연기력, 진정성, 스타성까지 말이죠.


그런 멘토들의 평을 들으며 '역시 프로의 세계는 냉정하지, 모든 걸 잘해야 주인공을 할 수 있지'라고 생각할 때쯤이었을까요. 한 멘토가 "지금까지 우리가 그들에게 이런 것들을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았잖아요"라고 지나가듯 던진 말이 뇌리에 박혔습니다. 사실 앙상블만 10년 가까이해온 이들은 혼자서 장면을 이끌어 가야 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경험해보지 못했을 겁니다. 그리고 어떤 장르의 음악이, 어떤 종류의 연기가 나에게 가장 잘 맞는지 시도해 볼 기회조차 없었을지도 모르고요. 어쩌면 그들이 성장할 기회도 주지 않은 채 한 번에 너무 냉정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진 않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잠재력이 있고 준비된 사람을 선택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이니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겠지만 한 멘토의 혼잣말은 제게 많은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어떤 일에는 늘 주연과 조연, 그리고 그 외에 수많은 사람들이 존재합니다. 단편적으로 보면 혼자 다 해낸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일들이 훨씬 많습니다. 뮤지컬의 앙상블이 전체 극의 흐름을 채우고 1인 다역으로 뮤지컬의 많은 부분을 책임지고 지탱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가 하는 일들은(특히 조직 내에서) 누구나 앙상블이 되기도 하고 주연이 되기도 하면서 그렇게 하나하나 다음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연의 화려함에만 집중하기보다는 조연, 앙상블, 무대 뒤 사람들까지 성공적인 공연을 위해 노력한 모두에게 손뼉 치고 감사하는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려 합니다. 뮤지컬뿐만 아니라 조직에서도 어쩌다 한 번 이벤트처럼 기회를 주는 것보다는 언제든 차근차근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마련해두고 기다리는 것이 어쩌면 함께 사는 우리 사회에서 더 필요한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 멋진 무대를 만드는 모두가 반짝여 보이는 나리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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