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04. 27. 돌아봄을 통해 나아가는 것
얼마 전 저의 1분기를 회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주로 회고는 업무와 관련된 것들만 했었는데 저의 삶 자체를 각 잡고 앉아 회고하는 것은 거의 처음이었습니다. 짧은 일기를 쓰고 있기는 했지만, 하루하루 그 날의 인상 깊었던 일이나 감정들을 기록하는 정도였기 때문에 나의 일상을 덩어리째 돌아보는 경험은 특별했습니다.
우선 지난 1분기의 기억을 더듬어보는 것에서부터 시작했습니다. 1월, 2월, 3월. 나는 무엇을 했는지 그리고 그때 무슨 감정을 느꼈고 왜 그랬는지 차분히 되짚어 보았습니다. 외부적인 요인으로 인해 많은 것을 할 수 없었던 1분기였기에 처음에는 회고할 것이 없으면 어쩌나 걱정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그 걱정이 무색할 만큼 저는 의외로 많은 일을 겪어왔다는 걸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해외 출장까지 다녀오며 공들여 준비했던 프로젝트가 무산되었고 새롭게 시도하려고 했던 것이 좌절되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쌓아나가고 있었으며 올해부터 마음먹었던 것들을 차근히 시도해나가고 있었습니다. 거리를 두는(두어야 하는) 삶이 길어진 만큼 그로 인해 내 일과 삶에도 변화가 있을 수밖에 없었죠.
회고(回顧). 돌아볼 '회'와 돌아볼 '고'. 단어의 의미 자체가 돌아보고 또 돌아보는 말이지만 역시 우리의 회고는 돌아보는 것에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지난 조각들을 살펴보고 정리하며 내일의 내가 나아갈 수 있게 도와주는 것. 그것이 바로 회고의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한 발자국 떨어져 지난 나의 일상과 생각을 정리하고 돌아보면서 저는 자연스럽게 다음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회고 프로젝트를 함께 했던 사람들의 3개월을 함께 공유하고 그들의 계획, 행동, 감정, 대처 방법 등을 듣는 것이 큰 배움이 되었습니다. 상대방의 지난날에 공감하고 위로하고 감탄하면서 자신의 과거도 함께 다독일 수 있었거든요.
삶을 회고해 본다는 것은 그저 지난날들을 추억하는 것이 아니라 털어버려야 할 것은 털어버리고, 기억해야 할 것은 한 번 더 상기시키는 일이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내일을 위해 필요한 조각들을 가지고 오는 것임을 알았습니다. 특히 단순히 사건으로서의 돌아봄이 아니라 그때의 감정과 생각을 떠올리고 살펴보는 것이 다음의 나를 계획하는 데에 도움을 주었습니다.
그 날의 회고 덕분에 2분기는 조금 더 알차게 채워나갈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벌써 2분기도 3분의 1이 훌쩍 지나갔지만, 또 다른 내일이 다가오고 있으니까요. 6월의 끝자락이 되면 우리는 2분기를 어떻게 기억하게 될까요? 적어도 1분기보다는 웃으며 기억할 수 있는 일들이 더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 앞으로도 꾸준히 삶을 회고하며 나아가고 싶은 나리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