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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로 Aug 08. 2023

아이 농구 시키면 돈은 얼마나 들까?


※ 아이 이름은 '카레', 학교이름은 '포도초등학교'로 각색했으며, 글에 등장하는 학교와 선수 이름은 모두 가명입니다.



"제주도 전지훈련?
막 2~300 드는 거 아냐?"


카레가 여름 중 포도초로 전학 오면 하계전지훈련 함께 갈 수 있다는 코치님 말씀을 남편에게 전하니 돌아온 말이다. 나는 이미 카레 전학을 확정한 터라 남편 선택만을 기다리는 시기였는데 남편 한 마디에 마음이 쿵- 내려앉았다. 엘리트 농구 세계 입장 티켓을 손에 쥔 내가 간과한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경제적 지원 능력!


예체능에 돈 많이 든다는 건 익히 들었지만 그래도 외동이고 맞벌이니 어렵지 않게 지원해 줄 수 있겠지 안일하게 생각한 게 탄로 나는 순간이었다. '전지훈련 2~300?' 1년에 한두 번 있을 이벤트지만 한 번에 이 정도 목돈이 들어간다면 아무래도 부담이다. 호기롭게 이 세계에 입장한다고 해도 우리 부부 경제적 능력이 부족하여 아이가 농구를 중도포기 해야 한다면...... 처음부터 시작하지 않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에이, 설마..."

가당치도 않다는 듯 남편 말을 받아쳤지만 말끝에 명확한 마침표를 찍지 못했고, 농구 선수로 키우겠다는 결연과 기대로 반짝이던 내 눈동자는 순간 죽었다. 하지만 대부분 일은 실체를 모르기 때문에 두려운 법. 안개 너머를 알고 싶다면 뚜벅뚜벅 걸어 들어가서 직면하면 되는 단순한 문제. 알아야 그다음 액션을 취할 수 있다.


"총무님, 전지훈련 비용은 어떻게 돼요?(두근두근)"

"음, 작년에는 아이당 10만 원씩 걷었던 걸로 기억해요."

"10만 원이요?!"

"네, 지원금만으로 부족한 게 있어서요......"


부모 부담금이 발생한다는 것이 못내 미안한 듯 총무님은 어색한 웃음을 지어 보이셨지만 올레! 있지도 않은 빚탕감받은 홀가분함이다. 이 소식을 전해 들은 남편은 어떻게 그 금액이 가능하느냐는 표정. 들 알쏘냐?

 



포도초등학교 농구부가 어떻게 운영되는지는 아직 모른다. 다만 농구부 지원금이 있다는 것, 그리하여 전지훈련과 대회에 필요한 일체 비용이 전액 지원된다는 것, 전지훈련과 대회에 따라가는 부모 체류 비용은 개인 부담이라는 것 정도가 내가 경험한 사실이다. 한 마디로 전지훈련이던 대회던 부모가 먹고 자는 건 알아서 부담하되, 선수에게 들어가는 모든 비용은 전액 지원이다. 모든 초등학교가 이런 건 아닌 것 같고, 포도초가 타 학교에 비해 지원이 빵빵하다고 들었다.


아이들 다과와 식비, 문화생활, 기념일, 탕비실 비품 등에 쓰이는데 지출이 있을 때는 각출하고 학부모 방에 영수증과 사용 내역이 공유된다. 포도초 전학 전 카레의 사교육비는 단과학원 36만 원, 주 3회 농구클럽 20만 원으로 월 50만 원 후반 대였는데, 농구부에 들어가는 월 비용은 이보다 훨씬 적은 수준이다. 심지어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형들과 부대끼며 원 없이 농구를 하니 정성평가까지 환산한다면 만족스럽기 그지없다.


의외로 의류비도 줄었다. 농구부 정식 멤버가 된 후 카레가 지급받은 용품은 슈팅티 8벌, 슈팅티 긴팔 2벌, 유니폼 4벌, 언더아머 커리 에디션 농구화, 언더아머 가방, 언더아머 크로스백, 언더아머 슬리퍼, 언더아머 커리 티셔츠와 반바지, 스포츠 양말이다. 체육관 바닥에 잔뜩 늘어놓고 사이즈 체크를 위해 하나씩 입어보는 카레 주위로 형들이 에워싼다. 새것이 주는 묘한 설렘이 분명 있다. 신발끈 묶는 게 서툰 카레를 위해 6학년 주장이 대신 매어준다.


"우와, 한 살림 챙겼는데요? 농구하길 잘했어요, 코치님!"     


고상하기 그지없는 말을 늘어놓는 내게 코치님이 화답하신다.


"농구하길 잘한 게 아니라, 포도초에 오길 잘하신 거죠."

"맞습니다, 맞고요!"


예년에 비해 부쩍 덩치가 커져서 잔뜩 샀던 아이 여름옷은 이후 옷장 밖에 나올 일이 없다. 일주일 내내 자기 번호가 찍힌 슈팅티만 입고 다니니 말이다. 특히 통풍이 잘 되는 원단이라 농구부 모두 애용하는 포도초만의 굿즈이기도 하다. 언더아머 티셔츠는 부모들도 이번에 개인 부담하여 아이들과 같이 단체티로 맞추었는데, 전국대회에서 '하얀 무리 떼' 위용을 뽐내기도 했다.   


다른 학교 홈스테이를 제공할 때는 아이들 간식비가 든다. 포도초의 경우 학부모 부담을 고려하여 아이들 저녁식사까지 먹이고 일정을 완료한다. 저녁을 먹고 집으로 오기 때문에 간식과 간단한 아침 정도 챙기면 된다. 그러나 한창 크는 아이들이고 특히 운동선수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먹이는 건 신경 쓰인다. 2박 3일 동안 챙긴 아이들 4명 간식으로는 피자와 치킨 세트, 스파게티, 과일, 아이스크림, 빵과 우유, 시리얼,  떡볶이, 순대, 옛날통닭 정도로 15만 원 가량 들었다. 홈스테이 제공은 선택일 뿐더러, 일 년에 서 너 번 정도니 아이들 잘 먹이고 보내는 게 마음 편하다.    


이외 비용은 부모의 참여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다른 학교에서 포도초로 전지훈련을 오면 학부모끼리 저녁 식사를 할 때가 있는데 저녁식사에 참여한 포도초 학부모들이 각출한다. 인당 3~4만 원 수준이다. 졸업생 학부모 찬조금이 활발한 편이라 이마저도 부담하지 않을 때도 있고, 종종 재학생 학부모가 아이들 간식비나 학부모 회식비로 5~10만 원씩 찬조하기도 한다. 코치님도 가끔 적지 않은 금액을 찬조하신다. 우리 부부의 경우 첫 회식 때 환대에 대한 감사의 의미로 10만 원을 기분 좋게 냈다. 그렇다고 아프리카 티비 별풍선처럼 찬조금으로 경쟁하거나 과시하거나 눈치 주거나 띄워주는 분위기는 전혀 없다.  


우리 부부는 저학년 부모임에도 매주 전지훈련이다, 회식이다, 대회다 모두 참석했는데 지난 두 달 비용을 얼추 계산해 보면,

첫 회식 찬조 100,000

캐리비안베이 회비 55,000

부모 단체티 2벌 50% 할인 60,000

전지훈련(1) 숙소 2박 100,000

전지훈련(1) 3일 식사+회식 112,700

전지훈련(2) 숙소 1박 45,000

대회 숙소비 6박 160,000

대회 7일 식사+회식 176,300

제주전지훈련 비행기 2명 400,000

제주전지훈련 숙소 2박 140,000

제주전지훈련 5일 회비 150,000

카레 생일 100,000

대리비 6회 300,000

그 외 자잘한 아이들 김밥, 피자 등 간식까지 하면...... 200만 원 조금 넘는다. 적고 보니 많네? 안 그래도 얼마 전 남편이 내게 말했다.


"당신 일 안 했으면 카레 농구 못 시킬 뻔했어."

"우리는 죄다 쫓아다녔잖아. 안 따라다니면 돈 들 일 없지."

"하긴......"


우리 부부는 강한 활동력 때문에 월평균 100만 원 넘게 투입되었지만, 참여 정도에 따라 이 비용이 0원~100,000원 범위인 가정도 분명 존재한다. 한 가정은 부모가 너무 바쁘다 보니 전지훈련과 대회에 단 한 번도 참여하지 못했는데 그렇다면 부대로 들어가는 비용은 없다.


아이가 운동선수면 모든 일정이 아이에게 맞춰진다. 양가 부모, 친구, 동료 등 다른 약속 잡기가 힘들다. 부모도, 아이도 일주일 내내 체육관에 묶여 있기 때문에 돈 쓸 시간도 없다. 카레 역시 농구를 시작한 후 가족여행은 엄두를 낼 수 없는 빡빡한 스케줄이기에 여름휴가 겸하여 2박으로나마 제주전지훈련에 함께 했다. 영광 대회도 따지고 보면 성인 두 명이 일주일 체류한 비용이 30만 원이다. 이렇게 계산하면 또 선방한 거 같고? 더군다나 다른 집은 2박 길어야 3박 했는데 우리만 풀타임 함께 했다. 마침 회사 집중휴가 기간과 맞은 덕인데, 일정으로만 보면 근 회장 부모다.


여하튼 우리 부부는 매주 여행하는 셈 친다. 고 하지만 계산하고 보니 적지 않은 돈이다. 심지어 카레 농구 영상 찍어준다고 고프로까지 신상으로 질렀다. 그러나 한 번도 지참한 적 없다. 이런 짓을 두고 선조들은 "헛돈 쓴다."라고 하셨다.


카레 등하교에 들어가는 기름값과 톨비도 무시 못 한다. 매일 30km를 더 운행하고, 톨비는 매달 20만원 가량 든다. 아무리 생각해도 학교 근처 작은 방을 얻는 게 시간적으로나, 비용적으로나 나을 것 같아서 이번에 학교 5분 거리에 오피스텔을 전세로 얻었다. 목돈 묵히는 기회 비용도 있다. 그래도 이젠 대리 안 불러도 된다. 대리 두 번 부를 비용으로 한 달 관리비 내면 되니 어찌 좋지 아니한가!




정리하자면, 학교마다 지원 규모가 다르기에 다른 학교 사정은 알지 못하지만 포도초의 경우 공식 비용으로만 계산한다면 학부모 부담이 적은 편이다. 다만 우리 부부처럼 나다니는(나대는 아닙니다) 성향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장비가 필요한 다른 종목과 달리 우스갯소리로 농구는 난닝샤쓰와 운동화만 있으면 뛴다고 하지만, 부모 활동 정도에 따라 매월 기 십만 원부터 백만 원 알파까지, 집안 기둥뿌리 뽑는 건 마음먹기에 달렸다.



포도초 애들 보려고 이번 주도 탕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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