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이식방 - Part 2
싸이톡산의 공포
"이걸 다 가지고 갈거야?"
이식방 두번째 입실. 그 날이 오고야 말았다.
1차 때는 공간이 협소하니 짐을 최소화 하시라는 병원측 안내를 최대한 준수하려고 노력했었다. 그런데 막상 한 번 해보니, 아무데도 못나가고 먹지도 못하고 침대에만 있어야 하는 아기가 그나마 잘 놀 수 있게 장난감을 많이 가져와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장난감 더미 위에서 잠을 자더라도 은우의 배고픔, 답답함, 통증, 짜증, 불안 등을 잊게 해줄 판타스틱하고 어메이징한 장난감들이 필요했다.
당근마켓을 통해 은우가 좋아할만한 토미카 트랙을 구매하고 주방도구 및 인덕션 장난감도 챙겨놓았다. 물기가 닿으면 LED 램프가 반짝반짝하는 물놀이 장난감과 과일자르기 셋트도 구비했다. 부피가 어마어마했다.
2차 이식은 첫 이식을 한 후 3개월 간 회복시기를 가진 후 진행되었다.
일반 항암은 3~4주가 지나면 다음 치료를 시작하는데,
고용량 항암치료는 3개월간 휴식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 3개월 동안 은우는 너무 너무 잘 지냈다.
이식 후 두 달을 지난 시점부터는 하루가 다르게 머리카락도 쑥쑥 자라나서 키위 같았다가, 아기 타조 같았다가, 그랬다.
진단 부터 수술, 항암치료를 받던 날들이 꿈이었나? 아픈 아이가 맞나? 싶을 정도로 은우는 잘 지냈다.
그래서 2차 이식 입원일이 가까워질 수록 마음은 더 힘들어진 것 같다.
달리기를 할 때, 완전히 지쳤을 때 뛰지않고 걸어버리면 다시 뛰기 힘들 듯이 마음의 달리기도 그랬다. 3개월 동안 걸어버린 내 마음은 다시 뛰는게 어려웠다.
잘 뛰어놀고,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고...
그 동안의 병원 생활이 무색하듯 그냥 보통 아이들 같이 지냈는데 다시 입원복을 입고 토하고 설사하고 머리카락은 다 빠지는 고통을 겪어야 하다니.
너무나 우울하고 괴로운 심정이었다.
그래도 힘을 내게 한 것은,
은우는 방사선 치료는 하지 않기로 했다는 소식이었다.
그렇다면 이번이 마지막 치료인 것이다.
은우가 너무 어려서도 아니고, 잔존 전이 종양이 없기 때문에 결정한 것이라서 더욱 기쁜 마음이었다.
항암치료로 인한 장기 손상은 시간이 지나면 회복 가능성이 높은데, 방사선 치료는 아무래도 데미지가 더 크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자, 마지막 치료다. 힘을 내자 나 자신.
이 고비만 잘 넘기고, 잘 회복하자.
한 번 해봤다고 이식방은 이제 익숙했다.
조금 아늑한(?) 느낌까지 들었다.
그러나 1차에는 없었던 복병이 기다리고 있었다.
싸이톡산.
이름도 무시무시하다.
"싸이톡산은 심독성이 있어서 심장에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다른 장기와 다르게 심장은 전신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서 혹시라도 문제가 있으면 손도 못쓰고 순식간에 아이가 잘못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의사들이 많이 긴장하죠."
교수님의 설명을 듣고 침이 꿀꺽 삼켜지고 내 심장이 바들바들 떨렸다.
'모두 그런건 아니니....괜찮겠지....
은우와 호캉스, 아니 병캉스 왔다고 생각하자!' 라는 마인드셋으로 고용량 항암치료가 시작되었다.
싸이톡산이 들어가고 2일째.
"어머니, 은우 혈압이 너무 낮아서요. 30분 있다 다시 한 번 재볼께요."
"아...네네"
혈압은 기본으로 재는 것이라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자꾸 와서 혈압을 재고 또 쟀다.
그러더니 주치의가 와서는
"어머니, 혈압이 지금 너무 낮은데...이건 너무 이상한 거거든요. 심장에 문제가 있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오늘 밤은 잠 자기는 글렀네요"
"아....은우는 괜찮은 것 같은데요? 잘 놀아요..."
"혈압이 낮다는거는 피를 짜주는 심장이 자기 역할을 잘 못한다는 거에요.
그러면 심장이 어떻게든 피를 보내주려고 무리해서 일을 하게 되고, 그럼 맥박이 정상보다 빨라집니다. 그러다가 순식간에 이상이 생기게 될 수도 있어요."
"...아.....그럼 어떡하나요...?"
"음....일단 승압제를 달아보구요, 그래도 혈압이 안 올라오면 중환자실로 내려갈 수도 있습니다. 아기라서 가슴이 답답하다든지 하는 표현을 못해서, 응급상황이 벌어지면 바로 조치할 수 있어야 하거든요."
중환자실.
중환자실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