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이식방 - part 1

무균실에 입실하다

by 나로살다

"언니, 애를 그렇게 쌩으로 굶기는게 맞는거야?

간호사한테 다시 한 번 물어봐."


이식방에서의 기억은

지금도 글로 쓰기 힘들 정도로 가슴 아픈 순간이 많다.


큰 문제없이 치료를 잘 마치고 나온 지금도

그 때 쓰던 샴푸향이라든지

어쩌다 왼쪽으로 몸을 돌려 자게 될 때면

그 곳에서의 장면과 마음 졸였던 순간들이 선명하게 떠올라

명치 쪽이 시리고 시리다.


비행기 화장실 2개 정도를 붙여놓은 듯힌 협소한 보호자 욕실에서

은우가 낮잠 자는 동안 얼른 샤워를 하던 기억

매일 씻기가 어려워서 강력하게 두피를 세정해준다는 샴푸를 썼었는데

그 샴푸의 민트향이 어제도 나를 이식방으로 데리고 갔다.


ooo


이식방은 자가 조혈모 세포이식을 하는 무균실을 말한다.

항암치료 6차를 마치고 나머지 2차는 고용량 항암치료 차례였는데,

고용량이다보니 백혈구 적혈구 혈소판이 바닥까지 씨가 마르기 때문에

새로 피를 만들어줄 수 있는 조혈모 세포를 넣어주는 것이었다.


조혈모 세포는 항암치료 초기에 피가 건강할때 채집을 미리 해놓았었고

수개월 냉동 보관 해놓았다가 수혈의 형태로 이식한다.

이식 자체는 큰 부작용이 없는데,

고용량 항암제로 인해서 너무 너무 큰 아픔들이 동반되었다.


일반 항암제도 충분히 독한데, 그의 약 3배에 달하는 용량을 투약하니

심장을 포함한 모든 장기가 비명을 지르고 탈이 나는 것이었다.

입안 부터 항문에 이르는 피부는 모두 헐고,

약이 너무 독하니 이를 나르는 혈관의 안쪽도 모두 다 헐고,

그래서 피딱지가 생겨서 혈관이 막히는 혈전증이 가장 흔하게 동반된다.


처음 치료 시작할때와 마찬가지로

교수님이 면담을 하며 이 intensive 한 치료에 대해 상세히 설명을 해주셨다.


"장이 모두 상처가 나있기 때문에, 변이 생기면 상처에 바로 염증이 생깁니다.

금식하시고, 변이 생기지 않는 맑은 음료수만 주셔야 합니다."

"언제까지요?"

"치료받는 3주동안 계속 금식 유지하고 식사를 할 수 있으면 퇴실하게 됩니다."


"...............?................"


기간 내내 금식을 한다는 걸 나는 왜 처음 들었지?

젖병으로 우유를 먹으며 잠드는 아이를 무슨 수로 3주 동안 금식을 시키지?


무슨 수라는 건 없었다.

그냥 쌩으로 굶기는 것이었다.


우유와 이유식을 먹던 아이인데, 이유식은 당연히 먹으면 안되고

우유도 변이 생기기 때문에 안된다고 한다.

짐을 보관하는 사물함쪽에 보니 유기농 하늘보리, 요미요미 보리차, 쥬스팩들이

많이 보였다. 부랴부랴 쿠팡으로 주문을 하고 젖병에 넣어 물려보았는데 우유가

아니니 거부했다. 보리차, 딸기맛 쥬스, 포도맛 쥬스 모두 던져버렸다.


그리고 너무나 고통스러운 시간이 시작되었다.

배가 고픈데, 졸리기까지 한데, 우유를 빨며 잘 수가 없으니

은우의 입장에서는 기가 막힌 노릇이었다.

자지러지게 울면서 눈은 나를 원망스럽게 바라보는데

엄마라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아기 띠를 하고 안아서 재우려고 했더니, 방 밖으로 나가는 줄 알고 냉큼 안겼다가

제 자리에만 있으니 더 난리를 치면서 운다.


안아줄 수도 없고

먹일 수도 없고

그렇게 거대한 무력감은 처음 느껴보았다.

아이가 눈앞에서 괴로워하는데 해줄 것이 없었다.

한심하고 어이없게도 그냥 바라만 보고 있었다.

나도 같이 울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울다 지쳐서 잠들고 난 후 동생에게 나 이러고 있다고 연락하니,


"그렇게 쌩으로 굶기는게 맞아? 간호사한테 다시 물어봐,

뭔가 조치를 취해주는게 있겠지"


"선생님...은우가 너무 힘들어 하네요...ㅠㅠ"

"네, 어머니 은우 많이 배고파 하나요? 어떡해요~"

"네 원래 잘 먹던 아이라...우유 조금만 주면 안되나요?"

"우유는 안되요 어머니....맑은 음료수만 주셔야 되요~~~"

"그럼.... 영양제는 안달아주시나요? 이렇게 힘이 없어서 치료 버틸 수 있나요?"

"영양제는 저희가 이식날 다음날부터 달아드려요~ 일주일 후에요."

"아니 근데 너무 고통스러워하는데, 원래 이렇게 하는건가요? 다른 아이들도 마찬가지에요? "

"네, 아이가 이틀 정도 지나면 위가 줄어들어서 괜찮아 질거에요~"



위가 줄어들어서 괜찮다니...

20개월짜리 아기에게 너무 잔인한 말 아닌가.


간호사의 말대로 위가 줄어들기도 하고, 먹은게 없으니 힘이 없기도 해서

은우는 3일째부터 울지않고 축 늘어져 있기 시작했다.

잠을 많이 자고 유투브 시청 시간이 늘어났다.

작은 샤워 스테이션에서 정제수로 은우를 씻길 때마다

앙상하게 드러난 갈비뼈를 보며 도대체 이게 실화인가 싶었지만

회진 때마다, "은우 너무 잘하고 있네요~" "은우 100점 받는거 아닌가?" 라는

긍정적인 피드백을 들으면, 아 그래도 잘 되고 있는 건가보다 싶어

괜찮아지는 것이 사람 마음이었다.


이식방에 들어오기 전 다른 엄마들로부터 전해 듣기로는

아이가 아무것도 못먹으니, 엄마도 미안해서 같이 금식하게 되고 그 결과

강제 다이어트를 하게 된다고 했다.

안타깝게도 나는 다이어트는 커녕 더 살이 찐 것 같다.


"은정아, 3주 동안 니가 버텨야돼. 애는 엄마보고 견디는거야."

은우를 재우고 먹던 늦은 저녁

"여보, 병원 특식 다 신청해서 먹어. 알았지?"

이모는 귀한 공진단과 한의원 쌍화탕을 보내주고,

남편은 그 비싼 병원 특별식을 주문해서 먹으라고 한다. 그래서 나는 입맛이 있던 없던, 배가 고프던 안 고프던 힘이 없어 엎드려있지만 눈만은 날카로운 은우의 레이더망을 피해

몰래 칼로리 바란스를 입에 넣고, 에너지바를 한 입 물고 유투브에 집중하는 듯 보이면 숨겨져있는 보호자 식사 공간에서 허겁지겁 밥을 먹곤했다.

아침식사는 11시에 먹고, 점심식사는 은우가 낮잠자는 4시에 먹고, 저녁은 밤잠자는 10시에 먹었다. 중간 중간 고당도 고카페인 커피는 필수였다.





내가 어떻게든 최상의 텐션으로

은우를 하드캐리해야지!





악몽같았던 금식기간이 지나고

이식일이 지나고

열이 나서 항생제를 달고

피검사를 하루에 두 번씩

체중을 하루에 두 번씩 재는 나날이 이어졌다.

수치주사를 일주일 내내 맞아도 바닥난 면역은 쉽게 올라오지 않았다.

새로 이식한 세포들이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한 모양이었다.

적혈구와 혈소판도 너무 적어서 수혈을 이틀에 한 번씩 했다.

그리고 계속되는 설사 설사 설사

잠자는 중에도 아침에도 낮에도 저녁에도

때를 가리지 않고 설사가 계속되었다.

아무것도 먹지 않았는데도 뭐가 이렇게 많이 나오는지

일반 항암치료를 할 때는 깨끗하게 닦아주기 위해서 기저귀갈때마다

좌욕을 해주었는데 이곳에서는 횟수가 많이 도저히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아이가 힘도 없고 주렁주렁 달려있는 약들도 많아서 씻기기가 너무 어려웠다.


"어머니, 이 피부 세정제랑 피부 보호제 사용해보셨어요?"

"아니요? 그냥 비판텐만 발라줬어요"

"아, 설사 잦은 아이들은 그때 그때 물로 닦기 어려우시니까요,

방수패드 까시고 침대에서 세정제로 닦아주세요. 건티슈로 살살 톡톡톡 두드리시고 절대 문지르거나 세게 닦으시면 안되요~ 피부가 너무 약해서 금방 벗겨질 수 있어요."

피부 세정제는 스프레이 타입으로 거품형태로 분사되어 피부에 자극이 거의 없을 것 같았다. 살살 두드린다음 비판텐 연고를 항문주위에 바르고 피부 보호제를 덧바르면 코팅되는 효과가 있어서 설사할 때도 피부 자극을 최소화 해준다고 했다.


"아! 이런게 있었네요~~ 감사합니다~~~~"


자다가도 어디선가 익숙한 설사 사운드가 들리면

조용 조용 나이트 등을 켜놓고 재빠르게 기저귀를 갈고 똥꼬를 닦아줄 수 있었다.

꺨까봐 조마조마 했지만 오래 방치하면 피부에 더 큰 문제가 있을 것 같아서였다.

하루하루 지날 수록 내 손놀림은 능숙하고 민첩해졌다.

은우를 쾌적하게 재울 수 있어 다행이다. 싶었는데

아침이 되면 또 한바가지였다.................

그나마 은우는 설사가 심하지 않은 거였다.

하룻밤에 몇십번을 하는 아이도 있었다.

그리고 계속 구토하는 아이도 있었고...


"선생님, 은우는 진토제 그냥 쭉~ 주세요. 진통제도 쭉 주세요~"


병원에서 의사가 허용하는 약제에 대해서

보호자가 망설일 필요는 없다는 걸 나는 깨달았다.

처음에는 왠지 약이 많이 들어가면 안 좋을 것 같고 자연적으로 이겨내는게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조금 있었는데, 사실 아이를 고생시킬 필요가 1도 없는 것이다.

의사가 괜찮다고 처방해주는 약과 용량의 최대치 안에서는

최대한 아이가 편하게 지낼 수 있도록 하는게 맞는 것 같다.


진토제, 진통제, 피부세정제, 피부보호제, 혈전방지제, 방광보호제, 지사제

그리고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수많은 약들을 달고 2주가 지났다.

수치도 올라왔고 설사도 잦아들기 시작했다.


"은우 이제 미음 한 번 드려볼께요"

"!!!!!!!!!!!!!!!!!!!!!!!!!!"


하얀 얼굴에 침착한 눈빛을 가진 여자 교수님이 회진 후

식사를 시도해보자고 하신다.


드디어 밥이다.

뭔가를 줄 수 있게 됐다!

"은우야!!!! 맘마 먹자아아아아!!!!"


나는 안다.

금식 후 미음이, 죽이, 밥이 얼마나 달콤하고 꿀맛인지.

제왕절개 했을 때 경험해봤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은우는 미음 순삭 죽 순삭 밥 순삭 후

일반 병실로 내려와 하루 잔 후 퇴원했다.


너무 고생했어!

(근데 한번 더해야 하는거 실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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