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나왔어!

코로나 시대의 항암치료

by 나로살다

코로나가 점점 심해지면서 병원에도 비상이 걸렸다.

다인실의 경우 모든 침대 커튼을 사방으로 완벽하게 치고, 병동 밖으로의 출입을 금했다.

혹시라도 확진자가 나오면 항암치료가 늦어질 수도 있고, 수혈해야 하는 타이밍을 놓칠 수도 있고, 무엇보다 면역이 극도로 약한 아이들이다 보니 코로나 바이러스가 미칠 영향은 너무 클 것이기 때문이었다.


입원 시 코로나 검사도 새로 생긴 규정이었다.

치료를 위해 입원 예정된 경우 3일 이내 미리 검사를 받고 음성 확인한 후에 입원가능했다.

은우는 열이 나서 응급실에 가는 경우도 잦아서, 2주에 한번씩 입원하는 꼴이었고, 2주에 한번씩 코로나 검사를 했다. 응급실 통해 입원하는 경우는 격리 음압 병실로 보안요원과 함께 비밀통로로 이동하고 그 안에서 코로나 검사를 했다.


그 날도 병원 앞 선별 진료소에 검사 예약을 해놓고 은우를 아기띠로 안고 검사를 받으러 갔다.

어른도 가만히 있기 힘든 검사를 아이가 가만 있을까.

작은 창을 통해 보호장구를 착용한 간호사가 검사 폴대를 은우의 코를 집어 넣는 순간

은우가 고개를 크게 돌리며 발버둥을 쳤고 폴대가 똑 하고 부러지고 말았다.


"어어어어--- 어어!!!!"


어떻게든 부러진 폴대 끝을 다시 잡으려고 허둥대는 비닐장갑을 낀 손짓과 아이의 몸부림 발버둥이 만나

약 10센치 정도 길이의 폴대는 은우의 콧구멍속으로 쏙 들어가버리고 말았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어머! 어떡해요~~~~ 죄송해요~!!!!"


뭐지?....................

지금 무슨일이 일어난거지?



선별 진료소 안에 경력있는 간호사가 상황을 보고받더니

"바로 응급실로 가세요, 저, 보안요원이 휠체어로 모시고 가세요."


그렇게 응급실로 향하는 덜컹거리는 휠체어 안에서

가슴이 부글거렸다.

그게 화였는지 서러움이었는지 체념이었는지 정확히는 모르겠다.


왜 은우가, 내 아이가 이런 일까지 당해야 하는건지

잘 버티고 잘 하고 있는데, 왜 이런 일까지 일어나는 건지

정말 너무하는 것 아닌가?

대상도 누구인지 모르고 나는 묻고 있었다.


응급실은 제목만 응급실이고 응급하게 처치되지는 않는다.

소아과 교수라는 사람이 와서 상황을 듣고 코와 입을 후레쉬로 비쳐보더니

일단 이비인후과에서 와서 봐야 한다.

아직 목 뒤쪽에 걸려있는 것 같으니, 그럼 핀셋같은 걸로 빼낼 수 있고 간단히 끝난다.


"네 알겠습니다."


이비인후과 의사도 응급하게 오지는 않았다.

그동안 은우는 뭔가 이물감이 느껴지니 자꾸 침을 삼켰고

폴대가 더 이상 목 뒤에 있지 않을 거라는 걸 난 알 것 같았다.


한참 후 이비인후과에서 와서 열심히 보더니

그 다음에는 응급의학관지 내관지에서 오더니

"어머니, 지금 육안으로는 보이지가 않거든요. CT 를 찍어서 어디에 있는지 위치를 확인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만약 위쪽에 있는걸로 보이면 내시경으로 꺼내고, 위에도 없으면 장으로 내려간거라, 그러면 개복 수술을 해야 합니다."

".........수술이요?"

"아...네, 들어간 폴대가 뾰족하고 길어서 장에 상처를 주게 될 가능성이 높고 그러면 염증이 생기고요,

항암치료 중이라 염증이 생기기 전에 빼내야 해서요."


- 그러니까 빨리 빨리 와서 봤어야지...


CT 를 찍으려면 재워야 해서 금식을 하란다.

최소 4시간은 금식을 하고 포크랄을 먹여서 재워서 찍잔다.

좁은 응급실 격리 침대에서 은우에게 유투브를 보여주며 생각했다.

4시간 동안 폴대는 어디로 내려가고 있을까.

정말 수술을 하게 되는 걸까.


'설마 아니겠지' 라는 말은 내 사전에서 사라진지 오래였다.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최악이라고 생각할 때 더 최악이 짠 하고 나타난다는 것을 몸소 체험한 나다.


수술을 하게 될 수도 있겠구나.


남편은 사무실에서 급하게 나와 내 점심, 저녁거리와 커피를 넣어주고 밖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첫째아이 하원을 하려면 오래 기다리지는 못할 것이었다.

남편도 나도 너무나 화가나고 기가막혔지만,

화를 내서 무엇하나 따져서 무엇하나...

지금 벌어진 상황에서 더 이상 힘들어지지 않도록 의료진과 잘 합을 맞추는게

은우를 위한 길이다.


다시 한번 되뇌이고 또 되뇌면서 시간을 버텼다.


"어머니, 검사 폴대가 너무 가늘어서 그런지 아니면 이미 장쪽으로 내려간 건지....

CT 상으로 보이지가 않네요."

"..........그럼 어떻게 해야되요?"

"음....일단 위내시경을 해보죠. 내시경이 제일 확실하니까 해보고, 만약 거기서도 안보이면 수술해야 할 것 같습니다."


토할 것 같았다.

왜 이렇게 됐을까.

내가 은우를 더 꽉 잡았어야 했나.

수술을 하면 항암치료 내일 모레부터 하는 건 연기되는 건가. 그래도 되는 건가.


CT 를 찍느라 잠이 들었던 은우는 아직 완전히 깨어나지 않은 상태여서,

위 내시경을 하기 위해 빠르게 이동을 했다.

혹시 은우가 많이 깨어나서 움직일 경우를 대비해 추가 수면제를 준비한 것 같았다.


세명의 간호사가 은우를 둘러싸고 움직이지 않도록 말을 걸고

불빛이 반짝거리는 오리 달린 볼펜을 보여주었다.


"어머니, 나가서 대기해주세요."


내시경 실 밖 의자에 앉아서 기다리는데

귀가 꽉 막힌 것 같고 속이 메슥거렸다.

내시경 금방 끝날텐데

어떻게 될까.

뭐라고 할까.

어떻게 될까.



문이 열렸다.


"은우 어머니! 나왔어요~"


!!!!!!!!!!!!!!!!


"나왔어요? 위에 있었어요??"

"네~ 여기요~"


비닐 장갑 안에 들어있는 검사 폴대.

나왔다.


내시경을 한 선생님한테 고맙고

장까지 안내려가고 위에서 머물러 있던 폴대에게 고맙고

불편한 내시경을 잘 해낸 은우에게 너무 고맙고

그냥 또 몇 분만에 세상이 아름다워보였다.

사람의 마음이란 건 도대체 얼마나 빨리 바뀌는 것인지.


첫째 하원하러 간 남편에게 전화했다.


"...여보세요?"

"여보!!!!!!!!!!!!!!!!!!!!! 나왔어!!!!!!!!!!!!"

"나왔어?!!!!!!"

"응!! 나왔어!!! 위에 있었대!!"

"아....진짜 다행이다. 휴......."

"아 진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래 은우는 괜찮고?"

"응 인제 응급실로 다시 내려간다음에 퇴원한대. 너무 배고파서 우유 조금 먹여서 갈께"

"그래 조심해서 와~~~ "


그렇게 퇴원수속을 하고, 집으로 가는 길

퇴근시간이 되어서 차는 엄청나게 막혔지만

마음은 날아갈 듯 가벼웠다.


항암치료를 일정대로 할 수 있게 되어서 다행이다.

개복수술을 하지 않아도 되어서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

별애 별일이 다 있구나 정말...


그 후 코로나 검사를 또 셀수 없이 받을 때마다 얘기했다.

"은우가 저번에 검사하다가 쑥 들어간 적이 있어서요 너무 깊게 넣지 말아주세요."

그리고 나도 은우의 머리를 최대한 힘껏, 아주 힘껏 잡았다.


더 이상 코를 찔리지 않아도 되는 날이 빨리 오기를

아기 엄마들...머리 꽈악 잡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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