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지 못하는 그녀들

서8병동의 엄마들

by 나로살다

"은우 엄마, 이것 좀 드세요."

어디선가 고소하고 달콤한 냄새가 난다 했더니

종이컵에 담긴 치킨 3조각을 같은 병실 엄마가 건넸다.

"우리 아이가 치킨 먹고 싶다고 해서요~~~ 은우는 어려서 아직 못먹죠?

엄마 먹어요~~"

6인실이 넓다고 해도 치킨 냄새가 닿지 않는 구석은 없었다.

3~4일 지나면 지겨워 지는 병원밥인데, 몇 주씩, 아니 몇 개월씩 입원해 있는 아이들에게 치느님이 얼마나 황홀하고 매력적인 메뉴이겠는가!!!

모든 엄마들이 그 사실을 알기에, 아이가 치킨을 먹고 싶다고 하면 남편에게

많이 사오라고 해서 같은 병실 엄마들에게 나눠주는 것이 암묵적 룰이었다.

그렇게 나누어 받는 치킨은 얼마나 꿀 맛인지.

나도 하루는 치킨이 먹고 싶어서 한마리를 포장해다 달라고 부탁했다.

먹기 전 종이컵에 몇조각씩 나누고 자리에 있는 엄마들에게 전달했는데,

한 아이는 그 날 수술이 있어서 하루종일 침대 째 자리가 비어있고

저녁 늦게 병실로 돌아왔다.

수술을 해서 아이는 먹지 못하고, 엄마만 드셔야겠구나...생각하고

전달해 줄 타이밍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그 아이 엄마가 아이 위에 엎드려 울음을 터뜨리는 것이었다.

평소에 너무나 쾌활하고 은우에게도 웃으며 자주 말 걸어 주신 분이라,

나도 저렇게 강한 멘탈을 가져야지...대단한 엄마야 라고 생각했었는데,

길어지는 치료와 예정에 없던 수술로 그동안 오랫동안 속상하고 참아왔던게

터진 모양이었다.

너무나 슬프고 비통하게, 한참동안 우는 소리만이 병실에 가득했다.

아마 다른 엄마들도 남의 일 같지 않아 마음 속으로 함께 울었을 것이다.

얼마나 지났을까?

조금 진정하신 것 같아 컵을 가득 채운 치킨을 들고 다가갔다.

이 곳에서는 도저히 위로의 말이라고는 할 수가 없다.

그저 웃고, 힘내라고 말하는 수 밖에는.

"...치킨 좀 드세요...."

"......아...네, 감사합니다...."

아이의 엄마는 하루 종일 아무것도 못 먹은 모양으로

곧 이어 치킨을 먹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한 두시간 쯤 뒤, 다시 미소를 되찾은 그녀가 다가왔다.

"치킨 너무 너무 잘 먹었어요~ ^^"

"다행이에요~ 아이는 괜찮아요?"

"네...며칠 동안 불편하죠 뭐..."

그 후에도 매일같이 너무 명랑하고 밝은 목소리로 아이와 대화하던 그녀.

지금도 외래에서 마주치면 진심으로 반갑다.

그리고 56호였던가 57호였던가,

반이상의 엄마들이 열심히 뜨개질을 하고 있던 병실도 있었다.

새로 입원하게 되는 엄마들도 기웃기웃 제일 잘하는 엄마에게 다가가

"저....나도 이것 좀 배워볼 수 있을까요?..." 말을 걸고,

"아 네, 일단 여기서 기본적으로 이거이거를 사세요"

복도 쪽 자리였던 아이의 엄마는 손재주가 좋았는지 그동안 떠놓은 가방들이 모두 수준급이었다.

"어머~~ 너무 이뻐요~~~며칠전에 시작하시고 금새 이렇게 하신거에요?"

"그래요? 중간중간 내가 보면 망친데가 보이는데~"

"아니에요~ 여기서 보면 완벽해요~ 재능이 있으신가봐요!"

내 앞 침대 엄마가 며칠만에 뜬 핸드백을 보고 칭찬을 했다.

3명 이상의 엄마가, 그렇게 몸을 웅크리고 밤낮으로 뜨개질을 했다.

고수 엄마에게 보여주고, 피드백을 받고, 새로 실을 사서 새로운 모양을 시작하고.

그 집중력과 몰입도가 너무나 강렬해서 의문스러울 때도 있었다.

이렇게까지 할 일인가? 나는 아이 돌보는 것도 힘들고 진빠지는데......

그런데 앞 침대 엄마가 다른 엄마에게 흘리듯이 하는 말에

나는 아! 하고 깨닫게 되었다.

"이게 잡생각 없애는 데 최고야."

얼마나 많은 불안과 걱정이 그녀들의 머릿속을 헤맬까.

입원이 길어지고, 병세가 악화되고, 아이는 힘들어하고, 또 괴로워하고....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일들 앞에서 가만히 버텨내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 힘든일이다.

잠시라도 아무 생각없이 있고 싶을때 그녀들은 뜨개질을 하는 것이다.

뜨개질을 하는 엄마들도 있고,

모두가 자는 새벽 5시에 텅빈 병원 로비를 기도하며 걷는 엄마도 있고,

캐리어를 책상 삼아 캘리그래피를 써서 병실 아이들에게 선물하는 엄마도 있고,

2인실에 있었을 때 몰래 치맥을 하자며 맥주캔을 건네는 아빠도 있고,

밖에서 회냉면을 시켜 병원 복도에서 킥킥대며 맛있게 먹는 엄마들도 있다.

그렇게 자신들의 방식으로 버티고, 견뎌낸다.

앞서 이야기한 엄마를 제외하고는

아이 앞에서 우는 엄마(또는 아빠)를 본 적은 없다.

모두 아이 없는 곳에서 울고, 아파하고, 멍하니 있다가 힘을 내서

아이의 곁으로 돌아오는 것이리라.

나는 은우가 아직 어려서 옆을 떠나기 어렵기도 했고

기저귀며 젖병 세척이며 너무 일이 많아 엄마들과 소통을 많이 하지는 못했지만

그녀 각자들의 전투를 지켜보며

한 명 한 명에게 진심어린 박수와 응원을 보냈다.

지금도, 마음으로 응원하고 있다.

잘 하고 있어요.

괜찮을 거에요.

힘내자구요.



옆 침대 엄마의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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