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치료팀, Youtube Kids

디지털 시대의 항암치료

by 나로살다

나도 그랬다.

"아기들은 하루에 최대 한시간만 TV 보여줘야지.

화면전환이 거의 없는, 눈에 자극이 많이 안가는 컨텐츠로, 교육적인 내용으로."

개뿔, 배부른 소리.

항암치료가 시작되며 입원해서 가장 많이 본 것은

침대에서 헤드폰을 끼고 영상을 보거나 게임을 하고 있는 아이들이었다.

예능이든 영화든 게임이든

스크린 속 세상에 있는 시간만큼은 아이들은 현실을 잊을 수 있었다.

아니, 무거운 내 기분을 잊을 수 있었다고 하는게 맞겠다.

"여보, 은우 태블릿 하나 사줘야겠어."

남편한테 전화했다.

"병원에 오래 있을라면 필수야 필수. 패밀리넷 몰에서 하나 주문해줘"

"어, 그래. 은우만 있으면 싸우니까 호은이 것도 살께"

"응 그래야지. 두개 주문좀 해줘~"

회사 덕에 그나마 괜찮은 가격으로 태블릿을 마련했다.

"애들 태블릿에 필요한 앱이 모지?"

"음...일단 유투브 키즈랑 쥬니버, 옥토넛 게임만 깔아줘 바바."

유투브 키즈.

유투브 키즈가 없었다면 은우와 나는 병원에서의 긴긴 시간을 버틸수 있었을까?

장난감으로 노는것도 한계가 있는데, 그 때 마다 화려한 컬러와 움직임으로 은우를 즐겁게 해주었던 수많은 컨텐츠 들에 너무나 감사한다.

이식방에서 배고프고 졸려서 괴로울 때도

Super simple songs 를 보면서 잠이 들었고

중심정맥관 소독과 피검사를 하느라 움직이면 안되는 수십번의 상황에서도

Blippi 아저씨의 재미난 율동을 보면서 협조(?) 할 수 있었다.

편도 한시간 이상 씩 차를 타고 외래 진료를 보러가는 길에도 태블릿은 필수였고

진료를 기다리는 긴긴 시간 동안에도 유투브는 든든하게 나를 도와주었다.

3주간 은우와 단둘이 이식방에 있으면서

나도 함께 Youtube Kids 를 보게 되었는데,

쥬느비에브 플레이 하우스라는 채널에 나오는 엘모's on the go 알파벳 퍼즐이

너무 좋아보이는 것이었다. 아기들이 잡기에 촉감도 도톰하고 끼울때 딸깍 소리도 나서 재미있을 것 같았다.

한국에서는 팔지 않는 것이라 비싸게 주고 직구를 했는데,

어느 날이었다.

"엄마, 삐이이이이이"

"응?"

"삐이이이이이이이~~~!!"

"어뜬거? 비와?"

"안니, 삐이이이이이~~~"

손에는 B 퍼즐이 있었다. 그때의 소름이라니!

(참고로 은우는 20개월이었고, 아직 엄마 아빠 엉아 맘마같은 단어만 말할 때였다.)

"어머, 은우야...너.....?"

엄마라는 종족이란 만족을 모른다.

"이건 뭐야? 이건? 이것도 알아? 이건???????"

"피이이이이이~~~~~~

에에에에에에에엠~~~~

아우~~~~~~~~~~~~ (심지어 원어민 발음)

시이이이이~~~~"

은우가 알파벳의 1/3 정도를 안다고 확신한 순간,

대박대박대박대박을 외치며

동영상을 찍고 화상통화를 하고 여기저기 라인과 카톡을 날렸다.

3살까지 뇌세포가 폭발적으로 발달한다더니,

이식방에서 집중적으로 Youtube 를 본 은우는 알파벳을 읽기 시작했다.

그 후에도 외래 진료를 와서,

병원 1층의 Samsung Mobile Store 를 보고는

"에이이이이이~~~~ 에엠~~~~~~" 하고 읽더니,

엘리베이터를 한참 보곤

"뽀오오오오오오오~~ 튜우우우우우우~~~~~~" 라고 한다.

천재가 아닐까.

진심 천재가 아닐까.

최소 영재다.

그 힘든 수술과 치료를 해서 큰 문제없이 건강하기만을 바라는데

여기서 똑똑하기까지 하면 어떡하니.

이건 모두 Youtube 의 공이야.

고마워요 Youtube

사랑해요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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