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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로살다
Jun 05. 2022
디올에서 자신감을 잃다
실시간 파리 생중계(2)
여행을 올 때 경비가 만만치 않게 들것 같아
쇼핑은 두 개 아이템에만 국한하기로 했다.
디올 미차와 에르메스 쁘띠꺄레.
3년전 구매한 쁘띠꺄레는 한국에서 영롱한 빛을 발하며
사무실에서 나의 엔돌핀이 되어주었다. 얼굴에 형광등을 켠 듯 화사해지는 기가 막힌 스카프였다.
- 이
래
서 에르메스 에르메스
하는구나...한 장 더 사올껄!
한국에서 사기에는 비싸기도 하고 디자인도 파리보다 다양하지 않은 것 같았다. 그래서 에르메스 생또노레 점의 그 키크고 차가운 표정의 남자 직원에게 다시 한 번 추천을 해달라고 얘기할 작정이다, 나는.
그리고 디올 미차는 디올의 여성스럽고 단정하면서도 세련된 무드가 묻어나는 아이템이라 한 장 사오고 싶었다.
몽테뉴 가 디올의 커다란 흰색 매장을 발견했을 때,
그래서 나는 준비된 자의 당당한 목소리로 남편에게 말했다.
- 여보, 나 여기서 살 거 있어. 잠깐 들르자.
유모차 부대를 도어의 시큐리티 들은 친절하게 맞아주었다.
들어간 디올 매장은 그 규모와 인테리어로 우리 가족을 압도했다.
1층에는 까페, 2층에는 레스토랑까지 구비하고 있었는데,
간단히 쉬는 공간이 아니라 그 공간 자체만으로도 방문할 이유가 되는 세상 아름답고 멋진 곳이었다.
가장 압도적이었던 것은
나를 담당했던 매장 직원이었다.
인간 디올이 걸어다니며 황송하게도 나에게 인사하고 안내하고 상담을 해주었다. 내가 스카프를 잘 못매는 것 같으니 원하면 해주겠다고 하면서 놀랍도록 완벽한 리본을 매어주었다.
거울로 비춰보는데,
그 언니 옆에서 나는 오징어였다.
아, 디올은 이런 사람을 위한 것이었던 걸까.
어쩜 이렇게 예쁘고 고울까.
거기에 도도하면서도 상냥한 애티튜드까지.
나는 디올 언니에게 홀딱 반했다.
너무 예쁜 그
언니를 위해서였는지,
기분이 너무 좋아서였는지,
아니면 내 마지막 자존심이었는지.
나는 계획과는 달리 2개나 구매하고야 말았다.
내가 인터넷에서 검색해 온 디자인을 언니에게 보여주자,
언니는
이건 모두 카피 디자인이다.(세상에!)
클래식한 디올 디자인은 이거고, 아는 사람은 보면 알 수 있다. 고 은은한 미소와 함께 말했다.
파리에서 재고가 이거 한장 남았다. 몇장 없다. 는 식의 영업 멘트는 일절 하지 않았다.
이것이 디올 클래식이다. 라는 것만 말한 후 조용히 기다리고있는 것이었다.
나의 쇼핑 경험 중 아마 가장 즐거웠던 경험 중 하나인 것 같다.
남편은 아이들을 데리고 디올 카페에서 기다리고 있어주었다. (사랑해)
영원히 떠나고 싶지 않았던 디올 몽테뉴 매장이여.
무조건 다시 돌아오겠다.
몇 년 후에.
디올 언니, 아 비앙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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