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로살다 Jun 15. 2022

영화같은 파리, 그림같은 시골

실시간 파리 생중계 (6)

파리에서 5시간 넘게 남쪽으로 달렸다.

프랑스인 친구의 가족별장을 가보기로 한 것이다.

가는 길부터 모네 마네 고흐 인상파의 그림이었다.

끝이 없는 평지에 푸르른 나무들이 자라고, 그 위를 한가롭게 거닐며 한번도 부족함이 없었던 것 같은 풀을 뜯는 하얀소, 누런소, 얼룩소, 양, 말 들 이라니.

하늘은 파랗고 나무는 초록이고 들판은 노랬다.

유럽의 유명한 화가들은 상상력은 필요없었겠구나.

보이는 그대로가 작품이니까.


친구의 가족 별장에는 100년도 넘은 전나무, 사과나무, 체리나무가 심어져있고 온갖 종류의 곤충과 벌레가 활발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그 중에 해충은 없었기에 방충망은 1도 없이 모든 창을 열어놓고 파리와 날벌레와 함께 지냈다.


어떻게 모기가 없을까?

신기해했더니, 도마뱀이 모기의 알을 먹고, 살아남은 모기는 박쥐가 먹는다고 했다.

동물과 함께 살며 도움을 받는 삶이라니.


앞 뜰에는 밤새 두더지가 파 놓은 새로운 축축한 구멍들이 하나 둘씩 생겨나고, 그 구멍 근처에는 강렬한 향을 내뿜는 민트가 자란다.


이런 곳이 있다니.

이런 곳이 실재하다니.


집 뒷쪽으로 가면 말 가족이 살고 있는 언덕이 있다.

윤기가 좔좔 흐르는 갈기와 흑색 등을 가진 멋진 아빠와 엄마,

그리고 갈색의 아이들 말 두 마리가 자유롭게 살고 있는 곳.

몇 번 가서 아는 척을 하고 풀을 뜯어 먹이니

손 냄새를 신중히 맡은 후 풀을 먹고, 이마를 쓰다듬어 주니 가만히 눈을 감는다.

동물과의 교감이 이런 것인가?


다음 다음날 나 혼자 말들을 보러 산책을 나갔는데,

내 인기척을 저 멀리에서 느낀 이 네 마리의 말들이

그야말로 전력질주하여 나에게 직진으로 달려오는게 아닌가!

다그닥 다그닥 다그닥 하며 달려오는 소리에 땅이 울리고

순간 겁이 덜컥 났다.

펜스를 뛰어 넘어서 나에게 날아올 것 같은 속도였다.

아빠 말은 펜스 앞에 멈춰서더니 나를 빤히 바라봤다.


- 왜 불렀어?

- 아...아니 그냥..인사한거야.

- 용건 없어?

- 이렇게 금방 올 줄 몰랐어...그냥 너네 일 봐.

- 싱거운 인간 같으니.


아무래도 아빠 말과 이런 대화가 오갔던 것 같다.

아이 말들은 호기심이 많아 아빠가 다른 곳으로 가버린 후에도 계속 내 앞에서 나를 살폈다.

저 멀리에 엄마 소와 아기 소가 무슨 일인가 나를 바라보는 듯 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새소리가 끊이지 않는 곳

소의 목의 방울 소리가 청명하게 울려 퍼지는 곳

유토피아, 파라다이스, 뭐라고 이곳을 부르면 좋을까.


아름다운 곳이었다.

평화,가 형태를 가진다면 이런 곳이 아닐까.


작가의 이전글 베르사유에서 넘어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