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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칠 Jun 13. 2019

똥파리 다섯 마리가 날아다닌다.

190608/15:35

 한참을 허공에 둥둥 떠있더니, 카페 입구쪽으로 비뚤게 놓여 있는 나무 테이블에 가만히 앉는다. 삼 사분에 한 번 씩은 곡선을 그리며 서로 엉기듯 날아오른다. 펄쩍펄쩍 날아오르고선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제자리로 돌아가 앉는다. 꿀발라 놓은것도 아닌데 귀신같이 이전의 자리로 돌아간다.

 한 손에 파리채를 움켜쥔 할머니가 나타났다. 가게 앞 파리들을 모두 죽여버리겠다는 투지를 드러내며 구부정한 허리에 힘을 준다. 살금살금 가장 가까운 파리 앞으로 걸어간다. 강하고 날쌔게, 하지만 크지 않은 동작으로 파리채를 내려친다. 탁! 작고 경쾌한 소리가 짧게 울린다. 파리 하나가 죽었다. 기척에 놀란 파리들이 다시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하지만 방금 무슨일이 있었냐는 듯이, 다시금 이전 근방의 자리로 돌아가 앉는다. 파리 하나가 죽었다는 것을 파리들은 모른다. 혹은 짐작만 할 뿐이다. 혹은 알고 있지만 별수 없을거라고 할머니는 생각했다.

 할머니는 지체없이 다른 파리를 노린다. 이제 겨우 한 마리를 처치했다. 파리들이 그들의 죽음을 깨닫고 도망가버리기전에 몰아붙일 생각이다. 걸음을 움직일 필요가 없다. 파리들은 항상 모여있다. 할머니와 가장 가까운곳에 앉아있는 다른 파리를 향해 다시 한 번 파리채를 내려친다. 탁! 파리 하나가 또 죽었다.

 파리들은 살짝 혼란스럽다. 방금 전 일어난 기척의 여운이 가신지 얼마되지 않아 다시 소란스러워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곧 평정심을 되찾았고 다시금 본인들 자리에 앉았다. 파리들은 믿는다. 그들에게 별일은 없을거다.

 잠잠해진 파리들 틈에 할머니는 우뚝하니 서 있다. 잠시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는다. 파리들을 속이기위한 위장이다. 약간은 예민해져있을 파리들을 속이기위해 손끝하나 움직이지 않고 기다린다. 할머니는 먹잇감을 노리는 포식자의 모습을 기억해냈다. 본인이 마치 가젤을 노리는 한 마리의 호랑이가 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 긴장을 고조시키며 더욱 숨을 죽인다. 다시금 손을 들어 파리채를 휘두룬다. 탁! 파리 한 마리가 더 죽었다. 

 파리들은 허공을 길게 날았다. 남은 파리의 수는 이제 겨우 둘이다. 그것을 아는지 파리들은 빠른 날개짓을 멈추지 않는다. 할머니는 그들이 차분해지기를 기다린다. 파리들은 곧 진정할 것이다. 그들은 그런 존재들이다. 생사를 가르는 위협도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린다. 그런 게으른 안락함이 그들을 죽음으로 이끈다. 예상대로 파리들은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 앉았다. 할머니는 살짝 걸음을 옮긴다. 두어발자국을 지나 조용히 숨을 죽인다. 할머니의 시선은 나무 테이블 옆 낮은 계단 위에 앉아있는 두 마리의 파리를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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