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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영 Dec 15. 2022

2022 생물분류기사(식물) 필기

이렇게 공부해서 합격했습니다

생물분류기사(식물) 필기에 합격했다.

10월 13일에 발표가 났고, 합격해서 실기까지 쳤다.

실기는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아서 차후에 후기를 올릴 예정인데

예감이 좋지 않다. 가슴에 비수가 날아와 꽂히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들어간 돈과 시간과 노력을 생각하면

영화 <세 얼간이>의 한 장면처럼 온갖 동물들과 신에게 빌고 싶은 심정이다.

성당 다니는 아부지께도 기도 좀 하시라고 카톡을 보냈더니

안 그래도 뭐 해달라 뭐 해달라 미사 때마다 기도를 올리고 있는데

나의 시험 합격까지 바라는 건 염치없다면서 애매하게 답을 하셨다.

나는 성모 마리아와 하느님은 그렇게 속 좁은 분이 아니라며 괜찮을 거라고 했다

(참고로 내 종교는 불교다. 나와 동생은 불교, 부모님은 가톨릭인데 언제 기회가 되면 우리 가족의 종교사에 대해서 쓰려고 생각하고 있다).

아부지께서 기도 하셨나 모르겠다.


합격자 발표는 12월 30일에 난다.

기분 좋게 2022년 마지막 날을 보낼지 아니면 한숨 푹푹 쉬며 보낼지는

그날 아침 9시에 올 카톡에 달렸다(붙었는지 떨어졌는지 카톡으로 알려준다. K-국가서비스 칭찬해~).


결과가 어찌 되었든 필기시험을 준비한 과정을 기록으로 남기기로 했다.

이 시험을 준비할 누군가에게 도움도 되고, 나도 훗날 어떻게 공부했는지 알고 싶을 것 같아

글로 남긴다.

올해 들어 부쩍 흰머리가 늘었는데 늘어가는 흰머리만큼 기억력은 줄어드니

최대한 기록을 남기려고 한다. 공자 선생! 40살은 불혹이 아니라 건망健忘 이더이다.


앞서 7월에 쓴 글에서 이런 이런 책으로 공부해야겠다 쓴 게 있는데

훨씬 더 많은 책을 봤다. 구글 검색도 엄청 했다.

아무래도 생물학 전공자가 아니다 보니 공부가 많이 힘들었다.


시험을 치기 전에 출제기준을 봐야 한다. 무턱대고 공부했다가는 시간만 잡아먹는다.

시험은 일 년에 단 한 번이니 한 번에 붙어야하지 않겠나.


출제기준은 큐넷 홈페이지에 가면 볼 수 있는데 아래 친절히 링크를 걸어놨다. 짜잔~

http://www.q-net.or.kr/crf005.do?id=crf00503&gSite=Q&gId=&jmCd=1988&jmInfoDivCcd=B0&gbnn=gbnSubtab2  


과목은 5개다. 계통분류학, 환경생태학, 형태학, 보전 및 자원생물학, 자연환경관계법규.



자연환경관계법규부터 말하자면 세세 항목에 있는 법을 죄다 모아서 출력했다.

컴퓨터나 태블릿 PC로 보는 건 불편해서(아재라 어쩔 수 없다.. 실물로 봐야 편하다)

돈 좀 들여 출력하기로 했다.



1. 자연보전 등에 관한 법령

환경정책기본법 / 자연환경보전법 /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 백두대간보호에 관한 법률 / 자연공원법 / 습지보전법 / 독도 등 도서지역의 생태계 보전에 관한 특별법 / 생물다양성 보전 및 이용에 관한 법률 / 물환경보전법 /  유전자원의 접근·이용 및 이익 공유에 관한 법률 /


2. 토지이용 등에 관한 법령

국토기본법 /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령, 시행규칙


국가법령정보센터https://www.law.go.kr/ 에 접속해서 위의 각 법과 시행령, 시행규칙까지 싹 다 찾아

PDF 파일로 저장했다.

약간의 편집을 하고(빈 페이지 삭제, 합치기 등등) 인터넷으로 출력&제본 업체를 찾아서

파일을 보냈다. 다음날 바로 택배가 왔다.

총 923페이지였고 두 권으로 나눠서 받았다. 

A4 사이즈인데 권당 500페이지 정도 되니 크고 무겁다. 어디 들고갈 생각은 포기해야한다.

들어간 비용은 택배비 포함 25,560원.

잘 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비용도 적당한 수준이었고 책에 밑줄 쫙쫙 치고 메모하니 보기도 편하고.

이 많은 법을 다 읽었냐고? 아니. 기출문제 풀면서 해당되는 부분만 표시해서 그것만 봤다.

그 외 부분은 보지도 않았다.                





계통분류학과 형태학은 아래의 책을 봤다.

1. 동물분류학 / 한국동물분류학회 편저 / 집현사 / 2017년

2. 분류학개론 / 김재근 / 라이프사이언스 / 2012

3. 식물형태학 제4판  / 이규배 / 라이프사이언스 / 2021

 

동물분류학은 중고를 샀는데 어찌나 필기가 잘 되어있던지 그 전 주인에게 꾸벅 절하고 싶을 정도였다.

20162780 이라는 학번이 쓰여있던데(학번 맞을 듯) 그분께 감사드린다.

아래 사진 속 필기는 내가 한게 아니라 전 주인이 한 것이다. 




식물형태학은 늦게 샀는데 왜 진작 안 샀나 싶다.

제목 그대로 저 책 한 권이면 식물 형태학은 끝이다. 뭘 더 볼 필요가 없다.

저 책을 사기 전에는 힘들게 인터넷 검색하면서 공부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었다. 진작 샀어야 했다.


분류학개론은 책은 얇아도 도움이 되었다. 생물학의 틀을 잡기에 유용했다.


그밖에 방통대 농학과 교재를 봤다.  안 버리길 잘했다.

재배식물생리학, 생물과학, 식물의학(곤충 구조가 잘 나와있음)  등의 책을 봤다.

이 책들은 일부러 살 필요는 없다. 있으면 좋고 없음 말고 정도.



 환경생태학과 보전 및 자원 생물학 관련해서는 아래의 책을 봤다.

1. 생명, 생물의 과학  11판 / 라이프사이언스 / 2018



국회도서관에 가서 '생명, 생물의 과학'과 '캠벨 생명과학'을 둘 다 봤는데

뭐가 더 나은지 결론을 내릴 수가 없었다.

어디 빌릴 데고 없고, 매번 국회도서관에 올 수도 없어서 어찌해야 하나 고민했는데

알라딘 중고를 검색하다가 위의 책이 3만 원에 나와있길래 샀다.

똑같은 책 2권이 아니라 상권, 하권 이렇게 두 권으로 구성되어있다.

시험과 상관없이 생물 공부를 기초부터 하려면 저런 개론서 같은 책이 있으면 좋겠다 싶어

샀는데 시험공부하면서 보다 보니 괜히 샀다 싶었다.

초보자가 보기에 어렵고 헷갈리게 기술되어 있어서 봐도 뭔 내용인가 싶은 대목이 많았다.

차라리 방통대 교재 생물과학이 훨씬 나았다...


생태학 관련 책을 사려니 돈이 또 들어가서 그냥 저 책을 보고 말았다.

시험공부용으로는 좀 부족했지만 그렇다고 아주 부족하지는 않아서 '있으니까 본다' 수준이랄까.


집에서 공부하려고 책을 다 샀는데 만약 대학 재학 중이어서 도서관에서 볼 수 있거나

저런 류의 생물학 개론서가 집에 있거나 근처에서 구하기 쉽다면 굳이 살 필요는 없을 것이다.

책 산다고 돈도 꽤 들어갔다.

나는 생태강사로 일하고 있어서 어차피 생물학 공부도 해야 하고, 기왕 할거 편하게 시시때때로 보려면

사는 게 낫다 싶어서 샀다. 책에 돈 쓰는 걸 당연히 여기기도 해서 하나도 아깝지 않다.

몇 개는 중고로 사서 돈도 아꼈고 말이다.



저 책들만 본 건 아니다. 제일 중요한 건 역시 기출문제!

이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기출문제가 올려져 있는 사이트가 있다.


  https://www.comcbt.com/xe/qb


요 사이트에 가면 있다. 중간에 없는 부분은 생물분류기사(동물) 기출문제를 출력하면 된다.

식물가 동물의 필기 문제는 똑같기 때문이다.


기출문제 다 출력해서 풀면서 공부했다.

위의 책들을 먼저 공부한 게 아니라 기출문제를 풀면서 해당 부분 찾고 메모하면서 공부했다.

그러다 보니 1회를 푸는데도 시간이 무진장 많이 걸렸다.

해당 문제와 관련 있는 부분이 책의 어느 부분에 있는지 전혀 모르니까.

법규 문제 역시 어느 부분에 답이 있는지 한참을 찾곤 했다.

그렇게 몇 회분을 공부하다 보니 대충 감도 오고 속도도 붙었다.

필기 공부는 두 달 정도 했다.

나같이 생물학에 대해 잘 모르는 초보자라면 최소 두 달은 잡아야 할 듯.

모든걸 공부하겠다는 욕심을 버려아한다.

나는 계산문제는 포기했다. 그리고 책에도 안나오고 검색해도 안 나오는 것도 깨긋하게 포기.

어차피 목표는 각 과목 60점 이상이었기 때문에 모르는 문제에 매달리지 않기로 했다.



필기 합격기준은

100점을 만점으로 하여 과목당 40점 이상, 전과목 평균 60점 이상이다.


나중에 결과를 보니 내 점수는 평균 73점이었고 제일 점수가 낮았던 과목은

계통분류학과 자연환경관계법규로 각각 65점이었다.

제일 점수가 높았던 과목은 형태학으로 90점이었다.


필기에 합격한 이후 저 책들은 고스란히 책장에 처박혀있다.


시험때문에나마 억지로 공부한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현산어보를 찾아서>(이태원 지음)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내가 이 시험을 치르느라 공부를 하지 않았다면

극피동물이 뭔지, 복족류가 뭔지 전혀 몰랐을 것이다.

너무나 대충 공부해서 몇 달이 지난 지금 기억하는 것보다 까먹은 게 더 많지만

그래도 대략적인 틀은 어렴풋이 남아있다. 

공부란 원래 남아있는 기억을 보강하는 게 아닐까 한다.

남는 건 역시 공부더라.


이렇게 생물학 문외한이 필기에 합격했다.

혹시나 시험을 준비하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다시 강조하지만 기출은 꼭 봐야 한다! 그리고 책은 웬만하면 중고를 찾아보시라. 책값이 장난이 아니다.

그리고 오직  이 시험 때문에 '생명, 생물의 과학'이나 '캠벨 생명과학'을 사려면 사지 마시라.

차라리 형태학 책 두어 권, 생태학 책 두어 권 사는 게 낫다(중고로 찾아보세요).



법규 제본집은 어디 중고로 팔까 싶다. 다시 볼 일은 없을 듯하다.

당근과 방통대 농학과 사이트에 추후 올릴 예정이다.

'생명, 생물의 과학'은 완독에 도전해보겠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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