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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근 Sep 19. 2022

[시리즈]5. 장르소설이 장르소설인 이유?(2)

웹소설이라는 이름의 유래에 대해서

지난 글에서는 '장르소설'의 명칭이 어디에서 기원한 것인지를 살펴보았다. 간단히 정리하자면 '장르'라는 문학적 전통과 더불어 영화사에서의 분류 흔적이 장르소설로 전이된 결과로 요약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새로운 질문이 가능해진다. 만일 장르소설의 기원이 그러하다면, '웹소설'이라는 명명은 도대체 어떻게 이뤄진 것일까? 가만 생각해보면 웹소설이라는 이름은 명칭부터 상당히 뜬금없다. 비록 출판은 오프라인으로 이뤄졌을지언정 그 이전까지 장르소설의 투고는 대부분 온라인으로 이뤄지지 않았던가. 이처럼 웹소설은 계보학적으로 장르소설의 정체성과 특징을 대부분 계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애써 장르소설과 차별되어 낯선 이름으로 우리의 곁에 나타났다. 왜 그래야만 했으며 여기에 무슨 사연이 담겨져 있을까.





사실 '웹소설'이라는 이름이 확립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2010년도 초반에 게재된 상당 수의 논문을 살펴보면 연구자마다 인터넷소설, 휴대폰소설, 웹노벨, 모바일 문학, 웹소설 등과 같이 다양한 이름으로 논의하고 있다. 시장이 커감에 따라 조금씩 콘텐츠 학계의 시야에 들어오고 있지만 아직까지 단일화될 기미는 없었던 것이다. '웹소설'이라는 명칭으로 통일된 것은 그로부터 좀 더 시간이 흐른 후이다. 최초의 조짐은 2013년 1월부터였다.


네이버 웹소설 플랫폼 오픈 당시의 공지


위의 공지에서 보이듯 13년에 네이버의 웹소설 플랫폼 서비스 오픈과 더불어 첫 공모전이 함께 시작됨에 따라 웹소설이라는 이름을 쓰기 시작했다. 좀 더 많은 자료를 찾아봐야 확증할 수 있겠지만, 모 위키에도 나와있는 것처럼 '웹소설'이라는 이름은 네이버에서 콘텐츠 플랫폼을 만들면서 본격화되었다. 네이버의 의도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이미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대중들에게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는 '네이버 웹툰'이라는 선례가 있는 만큼, 사측에서는 비슷한 이름을 부여함으로써 콘텐츠 일관성을 유지하고 싶었을 것이다. 네이버로서는 충분히 시도해봄직한 전략이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네이버 웹소설은 당시 동시기 경쟁자였던 조아라 문피아 북큐브 등과 비교하여 무척 덩치가 있는 플랫폼였다는 점이 큰 이점으로 작용했으며, 또한 언론에서도 이러한 부류의 콘텐츠를 '웹소설'로 부르기 시작하면서 이 이름이 점차 일반화되었다. 기억하기론 또 다른 대형 플랫폼인 카카오페이지 역시 적극적으로 사용하지 않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렇게 쓰기 시작했던 것 같다. 달리 말하자면, '웹소설'의 전파는 네이버 시리즈 플랫폼이 시장의 지배적 위치에 들어선 것과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웹소설 시장의 헤게모니 주도권을 획득한 결과가 곧 이와 같은 호명으로 이어졌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라는 것이다.


사실 충분히 이유가 있는 명명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본래 이러한 이름짓기는 상업적 고려 뿐만 아니라 해당 장르의 정체성이나 특징까지 아울러 종합적으로 결정되어져야 한다는 입장에 있다. 예컨대 '문화콘텐츠'라는 명명이 전형적인 사례인데, 이 용어는 학계의 깊은 숙고와 필요에 의해 조심스럽게 형성된 것이 아니라 90년대 후반과 20년대 초반에 불쑥 제기되었던 것이 정부정책 추친이나 기관 설립 등 여러 현실적 필요에 의해 빠르게 정립된 용어이다. 그러다보니 문화콘텐츠학이 정립되고 약 20년이 흐른 현재까지도 문화콘텐츠의 개념에 대한 논쟁은 지속되고 있다. 어떤 정의나 규정도 문화콘텐츠 현상을 완전히 포괄하지 못한 채 끊임없이 포착에 실패하는 것이다. 결국 일상적인 층위에서는 빈번하게 활용되고 있지마는 정작 '문화콘텐츠가 뭐에요?'라는 물음에는 쉽게 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사정이다.


마찬가지의 상황이 여기라고 벌어지지 않으라는 법은 없다. 웹소설이라는 명명은 매체가 '온라인'이라는 것을 전면화하고 '웹툰'의 관용적 표현을 그대로 계승한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나 이는 '장르소설' 등의 기존의 용어에 비해 정체성을 훨씬 덜 표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역사적 맥락이나 고유한 함의와는 무관하게 상업적/실용적인 의도에 의해 결정된 바가 없지 않다. 그러나 설령 이 이름이 헤게모니 투쟁이 일궈낸 결과라 하더라도 거기에 의미를 부여하는 일이 결코 그릇된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한 맥락에서 맨 처음에 던져진 질문은 다음과 같이 수정되어지는 것이 좀 더 바람직하다. "웹소설이라는 명명은 어떤 상징적 함의를 가질 수 있는가?"





필자는 웹소설이라는 이름이 다음과 같은 상징적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 활자텍스트에서 디지털 텍스트로의 이동. 온라인 콘텐츠라는 것은 단순히 매체 변화 이상의 함의를 지닌다.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투고환경, 즉 창작은 이전에도 오늘날에도 온라인을 통해서 이뤄졌다. 그러므로 달라진 것이 있다면 독자들의 수용 경험인데, 대여점을 통해 전파되던 것이 이제는 스마트폰을 통해서 접하게 되었다. 즉 지하철과 버스 등 출퇴근시간이나 수면직전 등에서 편안히 볼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생겨남으로써 웹소설은 보다 짧은 호흡과 짧은 분량의 스피디있는 전개를 요구하게 되었다. 장르소설과 구조적으로나 기술적으로 달라지는 부분도 바로 이 지점이라고 하겠다.  


둘째, 자유로운 업로드와 수신자 중심의 콘텐츠. 책에서 웹으로 바뀌었다는 것은 반대로 작가도 독자를 들여다보는 것이 가능해졌음을 시사한다. 이말인즉슨 이전까지는 일방향적인 하달 방식이었던 콘텐츠 전달이 이제는 독자 댓글을 통해 즉각적으로 피드백을 받을 수 있으며, 동시에 그러한 상호작용을 통해 충분한 합의를 통해 서로가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방향으로 서사를 전개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문화콘텐츠 학계에서는 일련의 현상을 단순한 우연으로 보지 않고, 이것을 예컨대 저자의 죽음(바르트)이나 뿌리의 퇴장과 리좀의 출현(들뢰즈) 등등 다양한 철학적 사유나 용어로 징후를 포착하고 있다. 시장으로 말하자면, 자칫 소수의 작가에 편향될 수 있었던 것이 온라인화가 이뤄지면서 경쟁의 조건이 이전보다 훨씬 민주적이게 되었다고 하겠다. 이야기를 써내려갈 수 있는 실력과 대중을 휘어잡을 수 있는 감각만 있다면, 누구든지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이게 된 것이다.  


셋째, IP원천소스 역할. 웹소설은 콘텐츠 출간과 시장검증에 별다른 비용이 들지 않는다. 웹소설이 웹툰과 나란한 위상에 위치하게 됨으로써 이전까지도 종종 시도된 적은 있으나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뜻밖의 역할이 강화되었는데, 이는 IP소스로서의 역할이다. 물론 장르 소설의 IP전환은 이전에도 종종 시도된 바 있었는데 예컨대 퇴마록 영화화 등이 대표적 사례이다. 그러나 이조차도 커다란 흥행을 거두지 못하면서 어느 기업도 선뜻 나서기 힘든 상황이었던 것이, 오늘날에는 웹소설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비로소 자유롭게 IP전환을 시도할 수 있게 되었다. 이미 무수한 웹소설/웹툰 콘텐츠들이 OSUM화 된 경우가 적잖게 존재한다. 특히 웹소설의 경우 수많은 콘텐츠들 중에서도 창작부담이 가장 적은 콘텐츠라는 점에서 사실상 최초의 원천소스 역할을 수행하는 부분도 없잖다. 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 진출이라는 가능성이 생겨나면서 웹툰/웹소설은 훨씬 유망한 이야기산업이게 되었다.



이상으로 두 편의 글을 통해 장르소설이 장르소설일 수 있었던 이유와 웹소설이라는 명명이 갖는 함의를 살펴보았다. 사소한 의문이 이렇게까지 본격화될 줄은 몰랐고, 한편으로는 어느 정도 예상된 결말이긴 했지만 분명히 흥미로운 탐색이었다. 다음에는 웹소설과 관련하여 새로운 주제로 도전해보고자 하며 이번글을 이쯤에서 마무리짓고자 한다.




참고문헌

나의 기억과 나의 생각

네이버 웹소설 공지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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