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는 우리를 어떻게 바꿔놓았을까요?
MBTI를 처음 검사 했을 때가 생각나요, 제 희미한 기억으로는 ISFP가 나왔는데 잘 몰라서 바로 인터넷에 검색을 해봤죠. 특징들을 살펴보면서 아 어느 부분은 나와 맞고, 나와 다른 부분들도 있구나 생각했어요. 유행이 되고 사람들 사이에서 바이럴이 되기 시작하면서, 다른 MBTI도 많이 찾아봤는데, 어떤 MBTI의 특징은 나와 비슷한 면도 많았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까 MBTI를 모두 보통으로 찍으면 ISFP가 나온다고 하더라고요. 가장 다양한 면이 있는 유형이구나 생각했습니다.
사람을 이해해보고자 하는 시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에요. 유형적으로 나누고자 했던 시도들은 시대마다 항상 있었습니다. 대표적으로 혈액형이 그러했던 것 같아요. 제가 초등학생이던 시절 너는 무슨 혈액형이야?라고 물어보고, 카카오스토리에서도 A형 특징, B형 특징 이런 포스트에 해당 혈액형을 가지고 있던 친구들을 태그 했던 게 기억이 나요.
결국은 그 연장선상에서 MBTI가 혈액형의 자리를 대체하게 됐습니다. 아무래도 많은 가짓수가 나를 조금 더 특정하고, 디테일하게 대변해 줄 수 있었다는 점이 우리에게 크게 매력적으로 다가온 것 같아요. 우스갯소리이지만 저희 아버지는 아직도 제가 이해가 안 될 때면 혈액형을 물어보곤 하십니다. 각 세대에 맞는 사람을 이해해보고자 하는 시도가 지속적으로 있어왔던 흔적인 셈이죠.
그런 의미에서 사람을 이해해보고자 하는 시도에서 MBTI는 너무나 좋은 도구예요. 사람을 이해하는 방식에서 가장 어려움을 겪었던 부분은 연인 관계였어요. 바로 F와 T의 차이로 때문에요. 두 개가 다른 경우 서로에게 많은 상처가 될 수 있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상대방의 사고방식을 인지하고 이해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 됐어요.(실제로 이해가 일어나는 것과는 다르지만.) 분명히 우리는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거든요. 이러한 인지로 인해서 우리는 더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되었어요. 상대방이 나에게 원하는 감정적 공감이나, 뾰족한 해결방법을 주지 않아도 이 사람의 최선이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죠. 타인을 이해하려는 시도로써 MBTI는 너무 훌륭한 도구예요.
하지만, 아쉬운 점도 분명히 존재해요. 저는 MBTI의 퍼센트에 더 주목하는 사람이거든요. 이 사람이 가지고 있지 않은 이면, 반대 성향은 없는 게 아니라 '발현되지 않음.'이에요. 다시 말해서 가능성이죠. MBTI는 특정 MBTI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 특정 MBTI대로 행동할 가능 성이 높음! 을 나타내는 지표라고 생각해요. 대표적으로 I 성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되게 외향적이거나, 사교적인 유형을 가지고 있는 경우 혹은 그 반대의 경우와 같이 말이에요.
아쉬운 점은 결국 사람을 이해하려는 시도를 넘어 사람을 규정지으려는 시도를 할 때 큰 아쉬움이 느껴진다고 생각해요. '내가 아는 ISFP는 이렇지 않은데, 너 ISFP 아닌 것 같아.'라고 말하는 것처럼요. ISFP라고 믿고 살아온 사람은 자기를 부정당하는 경험을 하거든요. 이로 인해서 방황이 생길 수도 있어요. 사람은 타인의 시선이나 평가에 꽤나 예민한 존재니까요.
저는 이렇게 사람을 규정지으려는 시도를 하는 행위가 결국 내가 상처받고 싶지 않아서 미리 선제적 대응을 하기 위함이라고 생각해요. 타인을 너무 의식에서 조심함과 동시에 잘 지내려고 싶은 마음이죠. 하지만 이런 규정이 너무 뻣뻣해지기 시작하면 변수에 크게 상처받을 수 있어요. 딱딱한 게 더 잘 부러지는 것처럼요.
MBTI는 결국 참고를 의미를 벗어나지 않을 거예요. 사람을 이해하는 도구가 수없이 많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또 더 정확하고 심도 깊은 도구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사람들이 MBTI에 열광하는 이유는 접근성도 한몫을 하거든요. 빨리 나를 알 수 있잖아요. 하지만 현재 존재하는 도구도 나를 완벽하게 이해하기는 힘들 거예요. 왜냐하면 사람은 혼자 보는 일기에도 거짓말을 하는 존재니까요.
그러니 우리 어떤 사람에 대해서 깊게 이해하고 알아보고 싶으면 조금은 열린 마음으로 한 발 짝 더 뒤에 서서 지켜보는 방법은 어떨까요? MBTI로 사람을 보지 말고 각 상황마다 이 사람의 MBTI를 예측해 보는 거예요. 그 사람의 다양한 모습을 보는 게 더 즐겁고 깊이 있는 이해를 하는 일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