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은 상대방의 사전을 펼치는 일입니다

폰 속에 숨겨진 단어 찾기 대작전

by 나르샤


경로당에 스마트폰 수업을 갑니다.

신발을 벗고

경로당으로 들어서는데

"여기 내 핸드폰에 수선집 전화번호 좀 찾아줘"

하고 큰 소리로 말씀하십니다.


폴더폰 뚜껑을 열고

연락처를 터치했습니다.

돋보기 터치 후

수선이라고 글자를 썼습니다.

결과 검색이 없습니다,라고 나왔습니다.


"수선집이 왜 없지?

맨 날 전화하던 사이인데....

내가 찾아봐도 없어서

선생님께 부탁한건데????

이상하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선생님!

수선집을 뭐라고 이름 저장해 뒀을까요?"

라고 물으니


"모르겠는데"라는 대답으로 돌아왔습니다.


연락처에 저장된 인원이 100명이 안 되었다.

한 명씩 이름을 눈으로 쓰윽 보았습니다.

연락처를 스윽 훓어 내려가다

"ㅁ"에서 멈췄습니다.

아! 혹시나 싶어 조심스럽게 여쭤보았습니다.


혹시 선생님!

"미싱" 으로 저장해 두었을까요?


맞어!! 맞어!! 그거야!!

어떻게 찾았다니. 아이고 똑똑하다 선생님!!!

아! 수선이 아니고 미싱으로 내가 저장해둬서 못 찾은거구나!


우리는 비스무리하게 쓰는 단어가 많이 있습니다.

시니어분들과 강의 하려면

찰떡 같이 알아들어야 할 경우가 많습니다.

미싱 연락처 이름을 미싱(수선)이라고 수정했습니다



시니어 강사인 저는 때때로 스무고개 하는 심정으로 어르신들의 언어를 해독할 때가 있습니다.

그날이 오늘입니다.

그건 강사인 저도 십대 딸에게 마찬가지입니다.

스무고개는

우리네 일상이 되었습니다.



소통을 하려면

소통 대상의 다양한 언어를 이해하고

말로 할 수 있어야 한다.

오늘의 단어 쇼핑은 수선과 미싱이다.

미싱!! 너무 정겹습니다.


친구분이

택시를 타고

"전설의 고향으로 갑시다!"

했더니

택시 아저씨가

"아! 네~ 예술의 전당으로 모셔다드리겠습니다."라고

하셨다고 합니다


아무렇게나 이야기 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으면 대화가

자연스럽게 흘러갑니다.


수선을 미싱으로 부르고

예술의 전당을 전설의 고향이라 말하는 유쾌한 간극 속에서

저는 오늘도 어르신들의 세상과 언어를 배우려 귀와 마음을 열어봅니다


진정한 소통은 상대방의 사전을 펼쳐 보는 데서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오늘의 단어 쇼핑은 수선과 미싱

이 정겨운 단어들 덕분에 오늘도 경로당의 수업은 유쾌하게 진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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