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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르샤 Oct 21. 2020

나는 나와 싸운다



 오늘도 나는 나와 싸웠다. 아침 8시에 일어나 이불 밖으로 나가기가 싫었다. 호텔 조식 같은 사진을 sns로 보며 이불 안에서 맴돌다 9시가 되었다. 아이들은 일찍 일어나 아침밥을 찾았다. 나는 멋지게 아침밥을 차려 주지 못했음을 자책했다.

 ’나는 왜 일찍 일어나 내 시간을 잘 활용하지 못했지?‘

 나는 곧바로 내 행동에 후회와 실망을 했다.     

 이상하다. 가족의 일원으로 나도 마음 편하게 주말을 보내고 싶은데, 왜 그것이 안 되는 건지 이 상황에 또 화가 난다. 

누군가 ”아이들 밥을 안차려 줬어?“ 하고 야단을 친 것도 아닌데, 이미 내 안의 나와 싸움을 하고 있다. 나는 쉬기도 전에 이미 내 생각과 싸워서 K.O 당했다. 내 마음은 이렇게 하루에 열두 번도 더 오락가락한다.     

 나의 부모님은 장남과 장녀였다. 나는 맏며느리의 큰 딸로 자랐다. 엄마는 가족의 대소사를 모두 챙기며 타인의 마음을 돌보셨다. 엄마의 그 여성상이 내 안에 자리 잡고 있었다. 

불쑥불쑥 올라오는 `나는?` 이라는 말과 부딪힌다.    

 어느 명절, 남편이 못 가게 된 시댁에 나는 6살 딸과 버스를 타고 9시간이 걸려서 갔다. 꼭 가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시어머님이 안와도 된다고 하셨음에도... 

 직장을 다닐 때는 엄마로서 아이 곁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많았다. 남편에게는 아침에 제대로 식사를 차려주고 싶었다. 그 제대로라는 단어는 국, 밥이 있는 3첩 반상을 말한다. 전업주부로 둘째를 키울 때는 아이들을 돌보는 것만 해도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내가 바라는 여성상에 나는 항상 부족했다.    

 지금은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있다. 파트타임이면 시간과 역할이 조절될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언제부터 고정된 여성 역할에 대한 이미지가 나의 DNA에 쌓였던 것일까?‘    

 어제도 오늘도 나는 나와 싸우는 줄 알았다. 그러나 이렇게 글을 쓰며 생각하니, 내재화된 나의 여성 이미지와 싸우는 것이었다.     

 나의 기준에 맞는 `이렇게 하면 잘하는 거야!` 그 행동들은 내 안의 이미지에 맞추고 싶었던 행동일지도 모른다. 한없이 완벽하고 싶은 이미지와 나의 능력. 그 간격을 들여다보려 한다. 결국 나는 나의 머릿속에 정해져 있는 역할 이미지와 싸우고 있는 것이었다. 

 일단 ’나와 싸우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면 마음이 편해진다. 나는 나와 싸우지 않는다. 싸우는 상대를 알게 되었다는 것은 중요하다. 나의 인식과 부딪히는 중이다. 내 안의 부딪힘을 한번 들여다보면, 고정적인 생각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불편하게 여기는 생각이 들 때가 내가 가지고 있는 기준과 만나는 시점이다. 불편함이 느껴졌을 때, 나의 기준을 한번 생각해보고 계속 그 기준을 이어갈지, 다시 변화시킬지는 다시 생각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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