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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르샤 Feb 27. 2021

일단 시작해! 1

 당신이 어떤 일을 해낼 수 있는지 누군가가 물어보면 대답해라. “물론이죠!” 그다음 어떻게 그 일을 해낼 수 있을지 부지런히 고민하라 -시어도어 루스벨트   

  


 할 수 없다는 마음이 커지기 시작한 후부터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보이지 않습니다. 점점 벽에 갇히는 느낌입니다. 1년 살기 모임에서는 매달 한 달의 계획을 짜고, 그달의 결과를 리뷰합니다. 계획에 `일단 한번 해 보기`를 적었습니다. 이 목표는 결과에 상관없이 시도만 해도 성공입니다.


 지금까지 하지 않았던 일, 하기 싫었던 일, 경험한 적이 없어서 안 하고 싶은 일을 바라봅니다. 지금 그 일이 싫은 이유는 과거의 나에게 있었고, 40대인 지금의 나는 그때와는 다른 사람입니다. 앞으로 제게 다가오는 일을 향해 일단 yes라고 말하겠다고 마음먹습니다. 할 수 있는 일을 늘리고 싶습니다.    



 그러자 생활 속의 작은 일들이 도전 거리가 되었습니다. 닭발은 생긴 것이 이상하다는 이유로 40년을 안 먹었습니다. 드라마 `남자 친구`에서 박보검이 여배우에게 “닭발 먹을 때 후반전은 주먹밥이 진리입니다”라고 대사를 하는데, 저도 그 진리에 빠지고 싶습니다. 뼈 없는 닭발을 주문했습니다. 생각한 것보다 훨씬 쫀득쫀득하니 맛있습니다. 이걸 도대체 지금까지 왜 안 먹은 거지?     



 방송통신대학의 평생 교육사 실습 기간이었습니다. 대표님이 “새 프린트를 설치할 수 있으세요?”라고 저에게 물었습니다. (컴퓨터를 조금만 잘 못 만져도 고장 날 것 같아서 저는 기계를 무서워합니다.) 그러나 제 입에서는 “해 보겠습니다”라는 말이 툭 튀어나왔습니다. 프린트를 무선으로 사용할 수 있게 설치를 해야 했습니다. 설명서는 분명 한글인데 제2외국어를 읽는 느낌입니다. 보고 또 보고 줄을 쳐가며 읽었습니다.


 `내가 왜 이걸 한다고 했을까?` 후회할 즈음, 찌익 찌익 하는 테스트 페이지 인쇄 소리가 들립니다. 기쁜 마음에 가슴이 마구 쿵쾅댑니다. `시간이 오래 걸려서 그렇지. 아! 나도 할 수 있구나.` 이번 달의 <일단 해보기> 프로젝트 결과는 이렇게 기록됩니다. 닭발도 맛있게 먹었고, 컴퓨터 프린트 연결 도전 성공!    

 



  14년 동안 육아 일기를 썼습니다. 1년 살기 리더에게 나의 육아 일기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녀가 바로 “그럼, 우리 모임에서 강의를 해 주세요.”라고 제안하는 것입니다. “네”라고 대답을 했습니다.    


 `나의 육아 이야기가 멤버들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하니 설렙니다. 저는 제가 가진 것을 나누는 것에 가슴이 뛰는 사람이었습니다. 강의 제목은 `나는 Daily 작가, 주인공은 가족`입니다. 강의 내용은 일상의 기록, 우리 아이들의 작품, 나의 마음 들여다보기, 우리집 만의 문화 만들기 이렇게 4가지의 이야기입니다. 강의 4꼭지 중에서 에피소드 한 개씩을 소개하겠습니다.



1. 일상의 기록

 아이들과 놀이 시간에 7살과 12살 두 딸에게 제가 혼이 난 날입니다.

제가 놀이에 집중하지 못하고 화장실, 부엌을 갔다 왔다 했더니 둘째가 눈물을 흘립니다.

“엄마! 내가 놀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르쳐 줬지! 친구들도 놀 때는 화장실이 급한 것 아니고는 안 움직인단 말이야. 애들이 알고 있는 걸 엄마가 몰라? 몇 번이나 내가 이야기해 줬잖아. 한 번만 더 잘 안 놀면 나도 엄마 말 안 들을 거야.”

저는 아이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하고 놀이에 집중했습니다. 다음 날 다시 돌아온 놀이 시간,

큰아이가 엄마에게 단도리합니다.

 “만약 엄마가 일한다고 우리랑 놀이에 집중 안 하면
앞으로 놀이 시간 더 연장한다.”


그 말에 저는 혹시 더 놀게 될까 봐 핸드폰도 안 보고 놀이에 초집중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이들이 하는 말에 깜짝깜짝 놀랄 때 있잖아요. 아이들의 뼈 때리는 말, 저의 심장을 쫄깃하게 해 준 상황들이 일기에 남아 있습니다. 그날 저녁에 기록하지 않았다면 생생한 말투는 희미해졌겠지요.

아이들에게 <HERE AND NOW>를 배웁니다.    



2. 아이들의 작품

 큰아이 초등학교 1학년 때 첫 상담 날이었습니다. 담임선생님은 교실 뒤쪽 환경 판 앞에 서 있습니다.

1-3반 아이들이 기차를 타고 있는 그림이 있습니다. 딸의 그림을 찾으라고 제게 말씀하셨습니다. 거부하고 싶지만, 요술 램프 지니 같은 그림이 눈에 띕니다. 우리 아이가 그리는 그림의 특징을 2가지 짚어 주셨습니다.  첫 번째 특징은 앞머리가 없는 그림입니다. 두 번째는 얼굴이 하늘색입니다. 파란 얼굴의 그림은 환하게 웃고 있고, 옷에는 제 아이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아이가 5학년 때 그린 그림을 보여줍니다. 꽃 세밀화인데, 학교에서 최우수를 상을 받은 그림입니다. 일기장의 사진 아래는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예민했던 아이의 장점은 관찰을 잘한다는 것이다    


 아이가 처음에는 못 했다가, 시간이 지나면 잘하게 될 때가 있습니다. (물론 계속 못 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점은 그림을 잘 그리게 된 아이는 서툰 그림을 다시는 그릴 수가 없습니다.  

작품 기록은 아이들의 성장 지표가 됩니다.     




3. 나의 마음 들여다보기

 김치찌개를 끓입니다. 귀찮아서 냄비 위에서  김치를 들고 가위로 자릅니다. 뚝뚝 뚜 두둑! 가스레인지 위에 김칫국물이 떨어집니다. 지저분해진 빨간 국물에 시선이 향했습니다. 그곳에 제 마음이 향합니다. 행주로 한 방울 한 방울 정성스럽게 닦아 냅니다.     


 굳어버린 김칫국물은 돌보지 않은 제 마음과 같은 것일까요?

`지금 말고, 다음에 닦자`

하고 지나쳐 버린 우울한 제 마음이었습니다.  

그 마음은 찐득하니 굳어버려 철 수세미로 빡빡 힘을 줘야만 닦을 수 있습니다.  

제 마음의 얼룩에 “그런 기분이었구나”하며 알아차려야겠습니다.

감정의 홍수가 넘치기 전에,

이성이 바닥나 버리기 전에

감정의 물꼬를 터 줘야겠습니다      

제 마음 쉽게 닦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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