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133일째, 민성이 D+382
오른손 엄지와 약지 끝, 정확히는 손톱 바로 아래가 며칠 째 따끔거린다. 노트북을 두들기는 지금 이 순간도, 그래서 불편하다. 상처는 크지 않은데 잘 아물지 않는다. 언제 다쳤을까. 칼로 베인 적은 없는 것 같은데.
자세히 보면 습진 같기도 하다. 설거지를 할 때 고무장갑을 끼지 않는 버릇이 문제였을까. 그러고 보니 민성이를 씻길 때도 그렇고, 내 손에 물이 마를 새가 없긴 하다. 불쌍한 내 손.
요즘 내 일상은 매우 단조롭다. 삶의 불편함이라는 게 고작 손 끝 작은 상처, 혹은 습진일 정도니까. 민성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부터 생활의 변수가 많이 줄었다. 나는 이전보다 훨씬 더 예측 가능한 삶을 살고 있다.
아침 6시, 민성이가 일어나면 우리 집 301호의 하루가 시작된다. 아내는 곧바로 시판 이유식에 다진 소고기를 넣어 민성이 아침밥을 먹인다. 민성이가 밥을 다 먹고 나면, 애를 씻기고 옷을 갈아입힌 뒤 우리도 밥을 먹는다.
아내는 8시쯤 출근하고, 민성이는 8시 반쯤 등원한다. 사회생활을 하지 않는 사람은 우리 집에서 나뿐이다. 빈 유모차를 끌고 집에 돌아오면 9시, 그때부터 난장이 된 집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정리의 시작은 세탁기 버튼을 누르는 것부터다. 빨래를 하는 동안 집안 곳곳에 널려있는 물건을 제자리에 가져다 놓는다. 청소기를 돌리고 설거지를 한다. 쓰레기까지 내다 버리고 오면, 보통 빨래가 끝나 있다.
여기까지 하고 나면 이제 내 시간이다. 코로나가 심해진 뒤로는 집에서 운동을 한다. 간단한 홈트레이닝을 하고, 씻고, 점심을 먹고 나면 곧 민성이를 데리러 갈 시간이다. 그전까지 조금 내 자유시간을 갖는다.
오후 3시쯤 민성이를 데리고 오면 3시간은 온전히 부자의 시간이다. 밥과 간식을 먹이고, 산책도 다녀온다. 아내가 일찍 퇴근하면 같이, 늦게 퇴근하면 나 혼자 아이를 씻기고 재운다. 늘 비슷한 하루다.
어린이집 이후 삶의 질이 확실히 높아졌다. 아내와 대화도 많아졌고 웃을 때도 부쩍 늘었다. 삶의 여유가 생긴만큼 민성이와 더 열심히, 최선을 다해 놀아줘야겠다. 다시 오지 않을 휴직 라이프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