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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성이 아빠 Oct 08. 2020

고집일까, 불안일까

휴직 161일째, 민성이 D+410

'엄마, 저는 이제 그만 가볼게요. 빵 먹어야 돼요.' / 2020.10.06. 집 근처 빵집


민성이가 잘 울지 않을 때가 있었다(나의 오만함을, 그가 꾸짖어주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으로 까마득한 옛날이지만, 그때는 정말 그랬다. 거의 울지 않고 지낸 날도 꽤 많았다.


생후 14개월, 지금 그가 울지 않기를 바라는 건 언감생심이다. 어제(7일)도 그는 몇 번을 대성통곡했는데, 특히 저녁밥 먹을 때, 그리고 목욕할 때가 심했다.


여느 때와 다른 건 없었다. 놀이터에서 갔다 와서 오후 5시쯤인가 민성이 밥을 먹였다. 처음엔 맛있게 잘 먹더니, 반 정도를 먹고나서부터 장난을 치기 시작했다. 아이는 밥알이 잔뜩 묻은 손을 앞뒤로 흔들었다.


하면 안 된다며 타이르고, 이유식 그릇을 내 쪽으로 잡아당겼다. 그때부터 민성이는 서럽게 울었다. 그릇을 다시 주면 울음이야 그치겠지만, 그럴 순 없었다. 밥을 먹을 때마다 장난을 치게 놔둘 순 없었다.


맞은편에 앉아 가만히 아이를 바라보았다. 그는 의자에서 내려오겠다고 발버둥을 치며, 점점 더 서럽게 울었다. 10분이나 지났을까, 결국 내가 두 손을 들었다. 아이를 의자에서 끄집어내 품에 안고 달래주었다.


어찌어찌 남은 밥을 다 먹이고, 거실에서 장난감을 가지고 좀 노나 했더니, 이번엔 목욕이 문제였다. 민성이가 노는 사이 목욕물을 받으러 잠시 아이 곁을 떠났는데, 귀신같이 알아차리고 울면서 욕실로 쫓아왔다. 


또 터져버린 울음은, 또 잘 가라앉지 않았다. 이번엔 목욕을 안 하겠다고, 내 몸에 바짝 붙어 떨어지려 하질 않았다. 알몸의 아이는 두 팔로 내 목을 꽉 잡고 놔주질 않았다. 


아이가 목욕을 한 건지, 내가 목욕을 한 건지, 겨우 욕실을 빠져나와 아이 옷을 입히고, 우유를 먹이고, 동화책을 읽어준 뒤 간신히 침대에 눕혔다. 울음 폭탄을 두 번 연속 맞았더니, 정신이 휘청했다. 긴 하루였다.


돌잡이의 고집 같기도, 불안 같기도 하다. 둘 다 일지도 모른다. 아이를 키우는 건 참 어렵다. 매일이 줄타기다. 익숙해졌나 싶다가도 한순간 아차 하면 바로 굴러 떨어진다. 정신 단단히 동여매자. 하루 이틀 싸움이 아니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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