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162일째, 민성이 D+411
민성이가 어린이집에서 돌아오는 건 오후 3시, 아이를 씻기든 아내가 퇴근하든 그날의 육아가 끝나는 건 오후 6시, 그러니 내가 평일에 민성이와 가장 밀도 있게 보내는 시간은 그 사이, 3시간이다.
아이가 밖에서도 잘 걷기 시작하면서, 요즘 그중 반은 밖에서 보낸다. 민성이도 집에 있기보다 밖에 나가는 걸 더 좋아하고, 나도 아이가 덜 보채니 그게 낫다. 상부상조, 민성이 좋고 아빠 좋고다.
이른바 '마스크 낚아채기' 사건 이후(나는 도망쳤다, 한마디 사과도 없이), 밖에서 민성이가 다른 아이들에게 다가갈 때마다 나는 몸을 사리게 됐다. 나는 아내가 알려준 방법을 쓰기 시작했다.
그 사건이 있었던 날 저녁, 내가 어떻게 얼어붙었고, 얼마나 마음이 안 좋았는지 아내에게 얘기하자, 그녀는 아이들을 놀이터에 데리고 나간 엄마들의 화법에 대해 말해주었다.
쉽게 말해, 상대 아이의 엄마에게 하고 싶은 말을 그녀에게 직접 하지 않고 민성이를 통해 간접적으로 하는 거다. 아이에게 말을 하지만, 사실은 지근거리에 있는 상대 아이의 엄마에게 말을 하는 셈이다.
그 날 사건으로 예를 들어보자면, 민성이가 여자아이의 마스크를 잡아당겼을 때, 이렇게 말을 하면 된다. "민성아, 다른 사람 마스크를 벗기면 안 돼. 그건 나쁜 행동이야. 누나한테 미안하다고 하자. 누나 미안해."
그럼 분위기가 훨씬 부드러워진다. 상대 엄마도 그게 무슨 뜻인지 알고, 그녀 역시 비슷한 일이 생기면 그렇게 말한다. 이 화법을 몸에 익히고 나니 아이를 데리고 놀이터에 나가는 게 한결 편해졌다.
이 방법은 사고(?) 방지 효과도 있다. 민성이가 다른 아이를 만지려고 할 때 "민성아, 친구 얼굴에 손대면 안 돼"라고 말한다. 그럼 그 아이의 엄마도 안심한다. 내가 그렇게 못하게 할 거라는 걸 알게 됐으니까.
아이 뒤를 졸졸 따라다니다 눈을 들어보니, 다른 엄마들도 다 그녀의 아이들에게, 사실은 다른 엄마들에게 쉴 새 없이 말하고 있었다. 놀이터의 평화는 그렇게 유지되고 있었다. 육아 레벨이 아주 조금 상승한 기분이 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