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172일째, 민성이 D+421
코로나가 조금 잠잠해졌나 보다. 휴직 이후론 뉴스를 잘 안 봐 몰랐지만, 여기저기 다시 문을 연다는 걸 보니 확진자가 많이 줄어든 모양이다. 일요일이었던 어제(18일), 우리도 민성이와 나들이를 다녀왔다.
원래 다른 곳에 가려고 했는데, 아내가 코로나 때문에 잠정 폐쇄됐던 국립생태원이 문을 열었다기에 행선지를 틀었다. 민성이를 낳기 전 부모님과 생태원에 가본 적이 있는데, 정말 좋았다.
국립생태원은 충남 서천에 있는데, 우리가 사는 전북 군산에서 다리 하나만 건너면 된다. 가까운 줄은 알았는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차로 한 20분 걸렸나? 역시 나들이는 가까워야 제 맛이다.
주차장엔 빈자리를 찾기 어려웠다. 화창한 일요일 오후, 코로나가 잠잠해졌단 소식에 차를 몰고 나온 건 우리 가족뿐만이 아니었다. 특히 우리처럼 아이와 함께 온 가족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시작부터 쉽지 않았다. 역시나 민성이는 마스크를 쓰려고 하지 않았다. 매표소 앞에서 마스크를 씌우려는 우리, 벗으려는 아이의 사투가 벌어졌지만, 언제나 그렇듯 우리가 패배했다.
생태원은 무엇보다 탁 트여서 좋다. 실내전시관에도 볼거리가 많지만, 입구에서부터 시원하게 펼쳐지는 산과 숲, 나무와 풀의 전경이 싱그럽다. 오랜만에 가을볕을 온몸으로 누리며, 우리는 천천히 전시관으로 향했다.
사막여우에서부터 펭귄까지, 전시관엔 귀엽고 신기한 동물들이 많았지만, 민성이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는 동물보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더 큰 관심을 보이며 손을 흔들었다. 동물을 알아보기엔 아직 어린가 보다.
우리가 군산으로 내려온 이유 중 하나는 민성이와 다양한 경험을 하고, 함께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그동안은 그러지 못했다. 아이가 어리기도 했지만, 코로나가 발목을 잡았다.
코로나가 이대로 사그라들면 좋겠다. 그래서 민성이의 다시 오지 않을 이 시간을 더 알차고 즐겁게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 지나고 보면 분명 그리워질 지금 이 순간을, 후회하지 않도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