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179일째, 민성이 D+428
민성이는 이제 잘 기지 않는다. 집에서도, 밖에서도 거의 걸어 다닌다. 제대로 걷기 시작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아이의 기는 모습이 어색하다.
아이는 기는 것보다 걷는 게 확실히 빠르다. 눈 깜짝하면 안방에서 작은 방으로, 거실에서 주방으로, 그야말로 종횡무진이다.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기에, 육아 난이도도 당연히 수직 상승했다.
실제로 민성이가 잘 걷기 시작하면서, 아이 얼굴에는 크고 작은 상처가 많이 생겼다. 신나서 빨리 걷다 걸음이 엉키는 통에, 벽이나 바닥에 자꾸만 머리를 찧는 거다. 그 조그만 얼굴이 남아날 수가 없다.
물론 편한 점도 있다. 어제(25일), 우리는 처음으로 유모차 없이 민성이와 쇼핑몰에 갔다. 차 트렁크에 있었지만 꺼내지 않았다. 아내는 내게 유모차가 없어도 될 거라고 했다.
품에 안고 있던 아이를 내려놓으니 그는 신나서 쇼핑몰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어디로 튈지 모르니 계속 옆에 붙어있어야 했지만, 그래도 감격스러운 순간이었다. 유모차 없이 아이와 밖에 나오다니.
우리는 그곳에서 민성이와 외식을 하고, 아이 장난감을 사고, 모자(母子)의 커플 점퍼를 새로 골랐다(민성이 엄마의 생일 선물). 민성이는 유모차 없이도 모든 일정을 잘 소화해냈다.
6개월 전, 내가 육아휴직을 처음 시작할 때, 민성이는 이제 막 앉을까 말까 했다. 사람들은 저러다 아이가 금방 서고, 금방 걷는다고 했지만 나는 믿지 않았다. 진짜 그런 날이 오기는 할까 싶었다.
하지만 이젠 밖에 나가서도, 내가 손을 잡아주지 않아도 혼자 늠름하게 걸어 다니는 아이를 보며, 그 말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됐다.
이제 기어 다니는 민성이는 없다. 곧 옹알이를 하는 민성이도 없어질 것이고, 힘들 때 안아달라고 보채는 민성이도 없어질지 모른다. 그러고 보면, 아이가 자라는 게 꼭 기쁜 일만은 아닌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