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성이 아빠 Nov 15. 2020

똑같이 아들 걱정

휴직 199일째, 민성이 D+448

'자, 이제부터 강의를 시작한다. 다들 집중하도록.' / 2020.11.9. 어린이집


휴직 기간에 학원이라도 다녀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부모님이 말했다. 내가 아는 한, 부모님은 이제 내가 학원을 등록할 때까지 그 얘기를 하실 거다. 이 전투에선 내가 패하게 돼있다. 항상 그랬다.


학원 생각을 안 한 건 아니다. 새로 외국어를 하나 배워볼까 하고 몇 군데 알아보기도 했다. 그게 8월 말, 민성이가 어린이집 등원을 시작하고 얼마 안 되어서였다.


그리고 세 달, 나는 여전히 학원에 다니지 않고 있다. 이유는 몇 가지 있는데, 일단 지역이라서 학원 자체도 많지 않았고 그나마 찾은 곳은 성인반이 없거나 있어도 애 보는 사람 시간대엔 맞지 않았다.


그래서 방문 학습으로 눈을 돌렸다. 성인 대상으로도 학습이 가능하고, 내가 원하는 시간에 맞추기도 수월했다. 학원을 오가느라 길에서 시간을 버릴 필요도 없었다.


집에서 선생님 상담까지 받았는데, 얼마 뒤 코로나 재확산으로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했다. 아이 어린이집에선 가정 보육을 할지 말지를 물었다. 급한 건 아니니, 외국어 공부는 코로나 상황을 좀 더 지켜보기로 했다.


부모님이 학원 얘기를 다시 꺼낸 건 2주 전, 동생이 군산에 놀러 왔을 때 다 함께 집에서 술을 마시고 난 뒤였다. 그때 술자리에서 무슨 얘기를 하다가 부모님 앞에서 내가 약간 언성을 높였다.


휴직을 하고 지근거리에서 계속 나를 살펴보던 부모님은 그 일이 있고 나서 확신한 것 같다. '아, 내 아들이 육아휴직을 너무 오래 하더니, 애가 이상해졌구나. 사람을 너무 안 만나서 그런가 보다'라고.


회사를 다닐 땐 그런 걱정을 살 일이 없었다. 휴직 중이 아니었더라면 술자리에서 그런 일이 생겼더라도 '애가 술을 너무 많이 마셨나 보다'라고 했을 거다. 부모님도 날 그렇게 보는데, 다른 사람은 오죽할까.


부모님은 휴직 기간, 시간을 조금 더 알차게 쓰는 게 어떻겠냐고도 했다. 민성이만 돌보면 알차게 시간을 보내는 게 아닌가? 내가 휴직한다고 했을 때, 회사 사람들도 그렇게 말하곤 했다. 뭐라도 남겨서 오라고.


내가 내 아들을 걱정하듯, 당신은 그들의 아들을 걱정한 것뿐이다. 안 그래도 예민한 내가, 휴직을 하면서 더 예민해진 것도 사실이다. 다음 주엔 학원 이곳저곳에 전화를 해봐야겠다. ###

매거진의 이전글 남편, 육아휴직 쓰길 잘했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