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200일째, 민성이 D+449
육아휴직을 한 지 200일이다. 어느덧 반년이 지나, 초여름의 날씨는 초겨울이 되었다. 휴직 이후 매일 한 편씩 글을 썼고, 민성이의 육아일기도 꼬박 200개를 채웠다.
휴직 100일과 200일 사이, 민성이의 가장 큰 변화는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했다는 거다(민성이 등원 첫날). 돌 전에 어린이집을 보내는 거라 걱정도 됐지만, 아이는 다행히 아주 잘 적응했다(아빠와 잘 떨어지는 아이).
민성이 첫 돌도 치렀다. 본래 고급 호텔에서 더 근사하게 열어주고 싶었지만, 코로나가 발목을 잡았다(코로나 ×돌잔치). 집에서 조촐히 차려준 돌상에서 민성이는 마패를 집어들었다(민성이 첫 돌(1),(2)).
아이 돌이 지나면 엄마에게 물려받은 면역력이 급격하게 저하된다던가. 민성이는 그때는 몰랐던 돌발진을 앓았고, 40도 넘는 고열에 며칠을 시달리다 결국 입원했다(환자복을 입은 아이(1),(2)).
휴직 200일 동안 가장 힘들었을 때를 묻는다면, 난 주저 없이 저 때를 꼽는다. 다행히 민성이는 닷새 만에 열이 내려 몸이 정상으로 돌아왔고, 아이도 나도 일상으로 복귀했다.
돌발진을 앓고 나서 민성이는 본격적으로 걸음마를 했다(민성이가 뒤뚱뒤뚱). 나는 이제 아이 신발을 신긴 뒤 밖에 나가서도 품에서 아이를 내려놓을 수 있게 됐다. 막 휴직에 들어갔을 때를 생각하면, 감개무량한 일이다.
아이와 조금씩 소통하고 있다는 느낌도 받았다(나의 물음에 아이가 답한다, 질문은 시작됐다). 아이가 걷고, 내게 몸으로 말을 건네기 시작한 게 불과 한두 달 사이다. 아이들이 이렇게 빨리 자란다.
우리 부부는 시판 이유식을 끊고 직접 유아식을 만들어 먹이기 시작했고(유아식의 세계), 민성이는 쪽쪽이를 더 이상 찾지 않는다. 요즘 아이는 과도한(?) 책 읽기에 푹 빠져있다(독서 지옥).
휴직을 한 지 반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가끔 우울해질 때가 있다(라면을 끓이다가). 그래도 예전보단 덜하다. 외로움이나 무력감에 맞서는 내 마음이 조금 더 단단해졌다고 할까.
이 겨울이 모두 지나고, 날이 다시 풀릴 때쯤이면 휴직 300일이다. 그때 민성이는 지금보다 훌쩍 커있을 텐데, 과연 나도 아빠로서 더 자라 있을까. 감히 장담할 순 없지만, 최소한 노력은 해보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