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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성이 아빠 Nov 23. 2020

민성이 보며 멍 때리기

휴직 207일째, 민성이 D+456

민성이와 정겨운 투 샷. 아주 마음에 드는 콘셉트 사진이다. / 2020.11.21. 집 근처 세차장


딱 한 달 전, 민성이 어린이집 선생님과 학부모 상담을 했을 때(부모님 오시라고 해라), 그녀의 첫마디는 이거였다. "민성이는 참 활발해요." 나는 생각했다. '아니, 왜 저렇게 당연한 말씀을 하시지?'


아이는 원래 활발한 게 아닌가? 우리 아이에 대한 객관적인, 날카로운 심사평(?)을 기대했던 나는 약간 실망했다. 하지만 요즘, 그때 선생님이 하셨던 말이 자주 생각난다. 그래. 선생님은 매우 날카로운 분이셨다.


민성이의 그 활발함이 날로 발전하고 있다. 위아래로는 손 닿는 곳이 많아져 꺼내놓는 물건이 늘었고, 옆으로는 기동력이 급상승해 이 방 저 방을 들쑤시고 다닌다. 결국 위아래, 양옆으로 말썽이다.


아내와 집 청소를 할 때도 아이의 활발함은 빛을 발한다. '윙' 소리 나는 청소기를 졸졸 따라다니다가 내 손에 있는 대걸레를 낚아채기도 한다. 바닥 매트를 잠시 접어놓으면 그 위로 올라가 난리를 피운다.


어제(22일)도 아내와 나는 민성이의 훼방 속에, 매우 더딘 속도로 집 정리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 우리 셋이 아이 방에서 만났다. 민성이는 새 이불과 헌 이불 사이를 뒹굴며 깔깔거리고 있었다.


"오빠, 저것 좀 봐." 아내가 먼저 접은 매트리스 위에 걸터앉아 그걸 보고 있었다. 손에 물티슈며, 빨래며 정리할 거리를 잔뜩 쥐고 있던 나도 그녀 옆에 앉았다. 그리고 아이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한참을 있었다. 내가 말했다. "멍 때리는 것 같다." 아내가 답했다. "응. '불멍' 같지 않아?" "불멍이 뭐야?" "모닥불 같은 거 보면서 멍 때리는 거, 불멍이라고 하잖아." "그러네." 


우리 부부는 잠시 아이라는 불꽃에 취해, 한동안 말없이 '불멍'을 때렸다. 장작 위에서 화려하게 춤추는 불꽃처럼, 아이도 화려했다. 아이도 웃고, 우리도 웃었다. 민성이가 좀 더 크면, 나중에 다같이 진짜 모닥불을 보러 가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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