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216일째, 민성이 D+465
08:30. 아내가 출근했다. 어린이집 휴원 이틀째다. 민성이도 간혹 기침을 하고, 날씨도 많이 춥대서 어제(1일)는 아예 밖에 나가지 않기로 작정했다. 아내도, 엄마도 그걸 원하고. 이게 그렇게 힘든 일인 줄, 그때는 몰랐다.
10:00. 오전 간식으로 민성이에게 고구마와 우유를 줬다. 오전엔 아이도, 나도 컨디션이 좋다. 빨래와 청소를 하면 시간도 잘 간다. 그래 봐야 겨우 1시간이라는 게 문제지만. 아, 정말 시간 더디다.
11:30. 나는 이불을 덮고 누워있고, 민성이는 내 주위를 빙글빙글 돈다. 이게 몇 바퀴째더라. 도저히 점심까지 먹이고 재울 기력이 없다. 밥은 일어나서 먹이자. 그런데 애가 자야 말이지.
12:00. 어제도 아이는 30분 만에 잠이 들었다. 이번엔 길게 자줄까? 자신이 없다. 배달 음식을 시켜놓고 잽싸게 샤워를 했다. 몸을 닦고 있는데 벨이 울렸다. "제가 막 씻고 나와서요. 문 밖에 두고 가주세요!"
12:30. 종이 상자를 찢어 그 위에 감자튀김을 붓는다. 햄버거를 한 입 베어 물자 아내에게 메시지가 왔다. '남편, 밥 먹었나?' 기름 묻은 손가락으로 답장을 찍는다. '이제 먹으려고 앉았어.'
13:00. 민성이가 일어났다. 왜 나랑 있으면 항상 1시간밖에 안 자는 걸까. 그래도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햄버거는 다 먹었다. 그것도 다 먹지 못했으면, 휴원 이틀 만에 우울증에 걸릴 뻔했다.
15:00. 점심을 먹이고 아이랑 조금 놀아줬더니 3시다. 벌써 3시가 아니고, 겨우 3시다. 아이랑 둘이 하루 종일 집에만 있는 게 이렇게 힘들지 몰랐다. 안 좋은 생각이 꼬리를 문다. 좋지 않다.
17:00. 낮잠을 1시간밖에 안 잤으니, 혹시 더 자지 않을까? 역시. 아이는 자지 않았다. 헛된 기대에 걸맞은 초라한 결과다. 포기하고 다시 거실로 나왔다. 멍하다. 햇빛을 안 쐐서 그런가. 모든 게 원망스럽다.
18:00. 세 끼째 아이 밥을 먹이고 있는데 아내가 돌아왔다. 그냥 하루 사라져 버릴까 정도로 치달았던 감정이 조금씩 누그러졌다. 추워도 하루 1시간은 산책을 해야겠다. 겪어보니, 마음의 감기가 더 무섭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