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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성이 아빠 Dec 03. 2020

뭐 그리 대수로운 육아

휴직 217일째, 민성이 D+466

'엄마, 제 버섯 다발을 받아주세요. 제 마음이에요.' / 2020.12.02. 우리 집


어린이집 휴원 사흘째, 어제(2일)는 아내가 휴가를 냈다. 코로나가 걱정이긴 그녀의 회사도 마찬가지여서, 팀원들이 돌아가면서 휴가를 쓴다고 했다. 덕분에 어제는 좀 숨통이 트였다.


당연한 얘기지만, 아이를 혼자 보는 것과 둘이 나눠 보는 건 차원이 다르다. 한 사람이 애를 보는 동안 다른 사람은 집안일을 하거나 잠시 숨을 돌릴 수 있다. 그리고 교대를 한다. 아이와 달리 어른은 쉽게 지친다.


아내가 쉬는 날엔 주로 그녀가 민성이와 놀아준다. 아내도 그걸 원하고 나도 그게 편하다. 육아휴직 중인 나는 매일 민성이와 붙어있으니, 아내가 쉴 땐 좀 떨어져 있어도 된다. 어제도 그랬다.


거실에서 아내가 민성이랑 놀아주는 사이, 난 주방으로 향한다. 냉동실에서 소고기를 꺼내 반은 무와 함께 아이 국을, 나머지 반은 애호박을 곁들여 볶음을 만든다. 파프리카도 얇게 썰어 그릇에 담아놓는다.


그리고 밖에 나가 잔뜩 쌓인 음식물 쓰레기와 재활용품을 버리고 온다. 그러고 나니 주방이 좀 말끔해졌다. 아이랑 둘이 있을 땐 요리도, 주방 정리도 어렵다. 아내가 있으니 가능한 것이다.


민성이가 낮잠을 잔 뒤에야 우리 부부의 자유 시간이다. 그래 봐야 1시간 남짓이지만.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며 꿀 같은 휴식을 즐긴다. 그리고 어김없이 민성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그는 알람이다.


오후엔 마트에 다녀왔다. 어느새 키친타월도, 종량제 봉투도 다 떨어졌다. 코로나 때문에 혼자 마스크를 쓰고 필요한 것들만 후딱 챙겨 집에 돌아왔다. 시간은 오후 3시 반, 슬슬 하루의 끝이 보인다.


아내와 둘이 아이를 봐도 하루가 빡빡하다. 아내가 민성이를 씻기는 동안 난 설거지를 하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그리고 생각한다. 도대체 이 많은 일을, 옛날엔 어떻게 엄마 혼자 다했던 거지?


매일 아이의 의식주를 챙기며 가족이 먹을 반찬을 만들고 청소와 빨래를 한다. 기계의 도움도, 남편의 도움도 없다. 그랬는데도 왜 더 잘하지 못했느냐는 소리를 듣는다. 기가 차는 일이다.


사람들은 가끔, 옛날엔 할 거 다 하면서 애 열도 키웠다고 말한다. 애 하나 키우는 게 뭐 대수냐는 거다. 말하는 사람 대부분은 남자다. 뭐든 해보지 않으면 쉽게 말할 수 있다. 그들에게 휴직을 권하고 싶다. 휴가 이런 거 말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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