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218일째, 민성이 D+467
아이를 키우면서 부모님 근처에 산다는 게 얼마나 복 받은 일인지, 요즘처럼 절감한 적이 없다. 어린이집이 문을 닫은 지금, 부모님마저 곁에 없었더라면 어땠을지 상상하기 어렵다.
그래도 조심스레 상상해본다. 만약 우리 가족이 서울에 있을 때 어린이집이 휴원 했다면 어땠을까. 그곳에 날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내 친구들은 대개 애가 없거나, 있어도 일을 한다.
그래서 육아휴직을 한 30대 중반의 남성에게 그곳은 무인도와 같다. 나는 민성이를 안고 우두커니 서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쉴 새 없이 돌아다니지만, 불러도 대답이 없다. 아이와 유리상자 안에 갇혀있는 느낌이다.
매우 잔인하고 가혹한 상상과 달리, 이곳엔 다행히 부모님이 있다. 오후 3시, 민성이를 차에 태우고 이제 막 일을 마친 민성이 할머니를 만나러 간다. 그러니 하루 반나절만 버티면 된다.
부모님 집에 가도 애를 봐야 하는 건 마찬가지지만, 애를 혼자 보는 것과 둘이 보는 건 천지 차이다. (우리 집에는 없는) 텔레비전을 보며 기분 전환도 할 수 있고, 셋이 있으니 기분도 덜 적적하다.
더욱이 엄마는 손자 밥도, 아들 밥도 챙겨준다. 의지할 데가 있다는 건 행운이다. 부모님 집에서 저녁을 먹으면 우리 집에 가선 밥을 차리고, 또 그걸 치우지 않아도 된다. 민성이만 재우고 쉬면 된다. 너무 좋다.
민성이도 부모님 집에 가는 걸 좋아한다. 어제(3일)도 그는 할머니에게 폭풍 애교를 선보이며, 그곳에서 잘 놀고 잘 먹었다. 아이도 온종일 집에 아빠랑 둘이만 있는 건 답답할 것이다.
육아 전쟁에 코로나까지 겹쳤다. 총알과 포탄이 난무하는 이곳에서 가족은 유일하게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전우다. 살면서 매 순간 느꼈지만, 애 아빠가 되어 육아휴직을 써보니 더 많이 깨닫게 된다. 가족이 있어 참 다행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