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219일째, 민성이 D+468
아침 7시 반, 아내와 나는 민성이 밥을 먹이고 우리 밥을 준비하고 있었다. 선반에서 시리얼을 꺼내는 동안에도 난 그 생각뿐이었다. ‘오늘만 버티면 주말이다.'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엄마다.
출근 준비로 바쁠 이 시간에 별로 전화할 일이 없는데, 하며 전화기를 집어 들었다. 역시나 급한 일이었다. 아버지가 갑자기 어지럼을 심하게 느껴 계속 토한다는 거였다. 나는 차키를 들고 주차장으로 뛰어 내려갔다.
부모님 집에 도착했을 때도 아버지는 토하고 있었다. 몸을 움직일 때마다 현기증이 너무 심해져 거동이 힘드시다고 했다. 아버지를 부축해 차에 싣고 응급실로 향했다.
제일 걱정했던 건 뇌졸중이었다. 아버지는 고지혈증이 있고,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다. 마비나 언어 장애가 있는 건 아니었지만 어지럼증이나 구토도 뇌혈관 질환 초기 증세일 수 있다고, 인터넷에 나와있었다.
인터넷 백과에는 또 이렇게 적혀있었다. '우리나라에서 암 다음으로 흔한 사망원인.' 나는 응급실에 가자마자 MRI를 찍자고 했다. 뇌혈관 질환은 속도가 생명이다. 병원에 와있는데도 마음이 급했다.
다행히 MRI는 깨끗했다. 응급실 선생님 소견에 따라 신경과에 가보니, 이름도 생소한 '전정 신경염'이라고 했다. 신경에 염증이 생겨 어지럼증이 생기는, 감기와도 비슷한 거란다. 아버지는 며칠 입원하기로 했다.
입원 수속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민성이를 보느라 출근이 늦어진 아내를 회사로 돌려보내고 민성이 옆에 앉았다. 식탁 위에는 아침에 먹으려다 만 시리얼이 접시에 그대로 담겨있다. 머리는 산발이다.
할아버지가 아픈 걸 아는지 모르는지, 민성이는 아주 열심히, 최선을 다해 놀고 있었다. 부모님은 병원에서, 아내는 회사에서, 나는 민성이와 집에서 그렇게 이번 주 마지막 평일을 보냈다.
아버지가 큰 병이 아니라서 다행이다. 이런 일을 겪을 때마다 느낀다. 가족 중 한 사람만 아파도 생활이 무너진다. 아이가 있는 집은 더욱 그렇다. 건강 잘 챙기라는 말을 괜히 주고받는 게 아니다. 건강 잘 챙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