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성이 아빠 Dec 06. 2020

'안 나가요' 병이라니

휴직 220일째, 민성이 D+469

'날씨가 제법 쌀쌀하네요. 아빠, 근데 제 다리가 보이지 않아요.' / 2020.12.05. 아파트 단지 공원


아이들의 적응력은 무섭다. 걸음마를 막 시작했을 때 '나가요' 병을 앓던 민성이가(물 만난 아기) 요즘은 집돌이가 되었다. '안 나가요' 병에 걸렸다고 해야 할까.


예전에는 내가 현관 쪽으로만 가도 나를 앞질러 손으로 신발을 가리키던 아이였다. 곧 나간다는 걸 알았는지, 신발을 신기고 외투를 입힐 때도 그는 얌전했다. 민성이의 환대에, 외출 준비는 어렵지 않았다.


그랬던 아이가 요즘은 나가려고만 하면 발버둥이다. 양말을 힘들게 신겨놓으면 금방 벗어버리고, 점퍼를 입히려고 하면 뒤로 발라당 누워버린다. 현관은 울음바다가 된다.


이번 주 금요일이었나, 민성이는 밖에 나가서도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민성이 옷을 입히느라 진이 다 빠진 나는 우는 아이를 안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나갔다 그냥 들어오기는 그때가 처음이었다.


왜 일까. 생각해 보면, 요 며칠은 민성이가 거의 외출을 하지 않았다. 감기가 심했을 땐 찬바람을 피하느라 그랬고(싫다, 찬 바람), 최근엔 코로나가 다시 발목을 잡았다. 아이는 우리 집 아니면 할머니 집에만 있어야 했다.


다행히 민성이는 집에서도 잘 놀았다. 책을 읽다가 - 정확히는 내가 읽어주는 거지만 - 인형놀이를 하다가 집에서 미끄럼틀을 타고 놀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조금씩 집돌이가 되어가고 있었다.


주말인 어제(5일) 아내도 민성이 새 겨울옷을 입혀볼 겸, 아이와 외출 준비를 하는데, 그녀 역시 아이에게 호되게 당했다. "오빠, 민성이 완전 집돌이 됐네?"


민성이 어린이집은 다음 주도 휴원 한다. 예상은 했지만 그래도 영 착잡하다. 난 다음 주에도 아들과 계속 '방콕'이다. 15개월짜리 아이의 집돌이 생활이 빨리 끝나야 할 텐데, 걱정이다. ###

매거진의 이전글 아버지를 싣고 응급실에 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