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221일째, 민성이 D+470
코로나는 매 주말 풍경도 비슷하게 만들었다. 어디 나갈 수가 없으니, 집에서 아이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게 거기서 거기다. 아내와 둘이 민성이를 볼 수 있어 몸과 마음은 모두 편하지만, 무료한 건 어쩔 수 없다.
무료라니. (민성이가 어린이집을 안가는) 평일을 생각하면, 배부른 소리다. 월요일, 그러니까 오늘부턴 주말 동안 아내와 둘이 나눠했던 일을 혼자서 해내야 한다. 무료한 주말이라는 건 얼마나 행복한 말인가.
일요일 아침부터 월요병에 시달렸던 나와 달리, 아내는 민성이를 부둥켜안으며 종일 행복해했다. 그녀는 어떻게 이런 귀여운 아이가 나왔지, 라는 말을 수없이 되뇌었다. 본인이 낳아놓고서, 민망한 자화자찬이다.
아내는 시간이 너무 짧다고도 했다. 주말이 더디게 갔으면 좋겠다는 데엔 나도 동의한다. 아내는 민성이를 조금이라도 더 보고 싶어서, 나는 아내가 민성이를 조금이라도 더 보게 하고 싶어서.
아내는 이런 귀여운 민성이를 매일, 실컷 볼 수 있는 내가 부럽다고 했다. 그녀가 말한 것은 모두 팩트다. 민성이는 귀엽고, 그가 어린이집도 가지 않는 요즘 나는 민성이를 매일, 실컷 본다. 정말 실컷.
내가 부럽다는 것도 팩트일 것이다. 주말을 보내기 아쉬워 자신을 위해선 시간을 쓰지 않는 그녀다. 하지만 나는 어떠한가. 월요일이면 출근해야 하는 그녀와 달리, 나는 내일도, 모레도 계속 민성이와 붙어있을 수 있다.
그러나 나는 내가 부럽지 않다. 민성이가 귀여운 것도 사실이고, 그런 아이를 보면 즐거운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계속 말고, 조금 쉬었다가 보면 더 귀엽고, 더 즐거울 것 같다.
난 내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남자라서 그런 건지, 아니면 그냥 성격 때문인진 모르겠다. 아이와 계속 붙어있으려니 조금 지친다. 아이가 귀엽다고, 사랑스럽다고 지치지 않는 건 아니다. 나는 그렇다.
지칠 법도 한데, 지치지 않는 그녀는 어제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도 민성이를 품에 폭 껴안고 '아 연애하는 기분이야'라고 했다. 가끔 보면 그녀는 마약에 취한 것 같다. 그녀도, 나도 월요일이 오는 게 아쉽다. 각자 다른 이유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