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성이 아빠 Dec 30. 2020

엄마 꿈이라도 꾼 걸까

휴직 244일째, 민성이 D+493

'살려주세요! 극성팬이 난입했어요!' / 2020.12.29. 부모님 집


짧고도 짧았던 아내의 휴가가 끝나고, 민성이는 다시 내 차지(?)가 되었다. 연휴 시작 전부터 그 끝을 대비해온 나의 정신 수양법 - 아내가 쓸데없이 불행하게 산다고 했던 - 덕분에, 그리 힘들진 않았다.


닷새 동안이나 엄마와 껌딱지처럼 붙어있었던 민성이 역시 힘들어하지 않았다. 아내가 출근할 땐 울고불고할 만도 한데, 그러지 않았다. 아이는 참 알다가도 모르겠다.


민성이는 종일 나와 있어도 잘 울지 않는데, 하루에 한 번 대성통곡을 한다. 낮잠을 자다 도중에 일어났을 때다. 어제(29일)도 어김없이 아이는 잘 자다 깨어나 정말 펑펑 울었다.


처음 낮잠을 잘 때는 잘 잔다. 투정을 부리지도 않고, 이부자리 위에서 인형을 껴안고 뒹굴다 자연스레 잠든다. 하지만 아이는 한 시간이 안돼 잠에서 깨는데, 그때부터 서럽게 울기 시작한다.


처음엔 약간 짜증을 내는 정도다. 잠이 덜 깼나 보다, 더 자고 싶은가 보다 하며 아이를 안아 등을 토닥여준다. 그리고 살짝 바닥에 내려놓은 뒤 살며시 인형을 아이의 품에 안겨준다. 예전엔 이게 조금 통했다.


하지만 요즘은 아이가 좀처럼 다시 잠들지 못한다. 내 품에서 진정된 것 같아 잠시 내려놓으면 아이는 또다시 운다. 그렇게 안았다 내려놓기를 반복하다 보면, 나중엔 품에서도 진정이 안 된다.


눈물 콧물 범벅이 된 아이를 보고 있으면, 민성이 개월 수 때쯤 찾아온다는 '재접근기'를 겪고 있는 게 맞는 것 같다. 낮에는 멀쩡한데, 낮잠만 자면 왜 이렇게 불안해할까. 엄마 꿈이라도 꾼 걸까?


아무리 달래도 달래지지 않는 아이가 야속하면서도, 울다 지쳐 다시 잠든 아이를 보고 있으니 측은했다. 푹 자고 일어난 민성이는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해맑게 웃었다. 내일은 아이가 조금 덜 울기를, 웃는 얼굴만 볼 수 있기를. ###

매거진의 이전글 대화가 필요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