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251일째, 민성이 D+500
민성이가 생후 500일을 돌파했다. 디데이 달력은 한쪽에 밀어둔 지 오래지만, 생후 500일은 확실히 느낌이 다르다. 많이 키웠다, 그래도.
오늘(6일)로 육아휴직을 한 지 251일째니, 내가 아내보다 절반 하고도 하루를 더 키웠다. 내가 자랑스럽게 그 얘기를 하니, 아내는 민성이를 뱃속에 품고 있었던 기간까지 쳐야 한단다. 그 생각은 못 했다.
요즘 민성이의 귀여움은 가히 폭발적이다. 아내에 비하면 백 배는 무덤덤한 내가 봐도 그렇다. 대표적인 게 '꿩민성'이다.
꿩은 급할 때 머리만 풀에 감춘다던가. 민성이는 종종 '나 찾아봐라'하는 눈빛을 쏘고 나서 소파 밑으로 달려가 몸을 휙 돌린다. 민성이는 우리를 볼 수 없지만, 놀랍게도 우리는 그를 볼 수 있다. 꿩이 이런 마음일까.
고개를 바닥에 파묻고 있는 민성이에게 가서 '찾았다'하고 껴안으면, 그는 까르르 거리며 좋아한다. 비슷한 원리로 아이는 종종 커튼 안에 숨기도 하는데 커튼 밑엔 늘 초밥 같은 발 두 개가 빼꼼히 나와있다.
민성이는 요즘 동물 울음소리 흉내에도 꽂혀있다. 동물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동물이 되어버린 걸까. 그중 내가 제일 사랑하는 건 민성이의 고래 울음소리다.
우리 집에는 조그마한 고래 블록 장난감이 있는데, 한 번은 아내가 민성이 앞에서 고래 입을 벌리며 '아~' 소리를 내었더니, 그림책에 고래가 등장할 때마다 아이는 그 소리를 낸다.
민성이 표 고래 울음소리는 글로 표현하기 힘든데, 긴 중저음이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굳이 그림책을 보여주지 않고 '고래는 어떻게 울지?'하고 물어도 그는 똑같은 소리를 낸다. 정말 귀엽다.
아이는 어릴 때 효를 다한다던데, 왜 그렇게 말하는지 요즘 민성이를 보고 있으면 조금은 알 것 같다. 심지어 여기서 더 귀여워진다던데 생후 1000일을 맞은 민성이의 귀여움을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심히 두렵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