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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성이 아빠 Jun 30. 2020

아이가 있는 삶과 없는 삶

휴직 61일째, 민성이 D+310

'집이 좀 좁지만 들어오세요. 죄송하지만 마실 건 없어요.' / 2020.06.28. 용산가족공원


가장 친한 친구, '절친'으로 난 늘 두 명을 꼽는다. 하나는 신문사에 다니는 대학 동기, 다른 하나는 고등학교 방송부 친구다. 세월로 따지면, 두 번째가 오래됐다. 10대 중반에 만났으니 족히 20년이다.


공부에 취미가 없던 그 친구는 일찍이 방향을 틀어, 미용사가 됐다. 지금은 청담동 유명 미용실의 수석 실장으로 일한다. 그는 내가 아는 이 중에서, 자기 일에 가장 만족하고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어제(29일) 오랜만에 그와 술을 마셨다. 보기는 매달 보는데(친구가 미용사면 진짜 너무 좋다), 둘이 술자리를 가진 건 몇 달 됐다. 친구 사정으로, 지난주 아빠의 금요일(아빠의 금요일)에 보려던 걸 월요일로 미뤘었다.


내 나이, 30대 중반들이 모이면 30대 중반에 대해 이야기한다. 정확히는 30대 중반이 많이 선택하는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지금은 그게 결혼, 아이, 집 정도로 요약된다. 20대에는 취업과 연애가 주 소재였듯이.


친구는 결혼을 하지 않았다. 애도 없다. 결혼을 하거나 애를 낳을 것 같지도 않다. 친구는 이대로가 좋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의 대화에는 30대 중반이 많이 하는 이야기, 그러니까 결혼, 아이, 집 이야기는 빠지는 경우가 많다.


다들 욜로, 혹은 딩크를 말하지만, 막상 주변에서 그들을 찾는 일은 쉽지 않다. 분명 TV나 책에서는 많아졌다는데 말이다. 내 주변에서도 욜로가 '된' 게 아니라, 욜로를 '한' 사람은 그가 유일한 것 같다.


친구의 SNS에는 연예인과 찍은 사진이 가득하다. 어울리는 사람들도 경제적으로 여유가 '많~~~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제 친구는 마당에 수영장이 있는, 한남동 지인 집에서 파티를 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난 그의 삶이 지금처럼 반짝이길 진심으로 응원한다. 그는 더 어려운 길을 선택했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다. 나와 다른, 특히 소수의 선택을 하는 사람들에게, 우리 사회는 관대하지 않다.


친구는 어제, 자신의 삶이 화려해 보여도, 불 꺼진 집에 들어가면 우울할 때가 있다고 했다. 그의 삶이 화려하다고 늘 반짝이는 건 아닐 거다. 내 친구가 외롭지 않았으면, 지금보다도 더 즐겁게 지냈으면 좋겠다.


모든 일에는 장단이 있다. 더 나은 삶은 없다. 자신에게 더 맞는 삶이 있을 뿐이다. 우리 집엔 연예인도, 수영장도 없지만 머리는 크고, 다리는 짧은 귀여운 생명체가 산다. 나에겐 이게 더 맞는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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