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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성이 아빠 Jun 20. 2020

아빠의 금요일

휴직 51일째, 민성이 D+300

빨래통이냐 동요책이냐, 인생 최대의 고민에 빠진 10개월 강민성 어린이 / 2020.06.19. 우리 집


어제(19일)는 내 친구들을, 그러니까 아이가 아닌 어른을 만나기로 정한 '아빠의 금요일'이었다. 육아에 지친 내게, 아내가 건넨 휴직 50일 기념 선물이었다. (육아, 그 끝 모를 지루함에 대하여)


이 역사적인 기념일에, 내 첫 선택은 고등학교 방송부였다. 애 아빠 특권으로 하루 전 날, 급히 '벙개'를 때렸는데, 고맙게도 두 명이 시간을 내줬다. 노량진역 7시 반, 시간과 장소도 정해졌다.


평소 5시면 일이 끝나던 아내가 어제는 퇴근이 조금 늦어진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비보였지만, 난 흔들리지 않았다. 이래 봬도 휴직 50일 차 육아대디 아니던가. 혼자 민성이를 씻기고, 분유를 먹이고 나니 아내가 돌아왔다.


서둘러 옷을 챙겨 입고 밖으로 나왔다. 집 안은 저녁인데, 밖은 낮이었다. 하긴, 내 하루만 민성이가 잠드는 시간에 맞춰 어두워졌을 뿐이다. 6월의 7시를 가로질러, 얼마 만인지 모를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둘 다 역 앞에서 날 기다리고 있었다. 한 명은 (벌써) 아이 둘의 아빠가 된 동생, 다른 한 명은 동갑내기 고시생이었다. 20년 전이 지난 지금, 우리의 삶은 이렇게도 제각각이 됐다.


마지막으로 셋이 본 게 작년이랬나, 재작년이랬나. 육아를 시작으로 부동산과 정치, 그리고 고시까지, 대화가 사방팔방으로 튀었다. 하지만 어느 것이든 즐거웠다. 뭐든 잃어봐야 소중함을 알게 되는 법이다.


6살 아들과 4살 딸아이의 아빠는 나이가 한 살 많은, 그러나 이제 10개월 아이 아빠인 내게 많은 걸 가르쳐주고 싶어 했다. 그는 아들의 반항이, 딸의 '일춘기'가 고민이라 했다. 어쩌면 곧, 내게도 닥칠 일이다.


'육아 토크'는 때론 철학 토크를 낳는다. 나는 아이가 결혼할 때든 어느 때든 돈을 주지 않을 거라고 하니 이런 아빠는 처음 본다고 했다. 형이 내 아빠가 아니라서 다행이라면서, 2차 호프 내내 날 추궁했다.


저녁 10시가 조금 넘어 집에 돌아왔다. 아내도, 민성이도 자고 있었다. 씻고 침대에 누우니, 아이가 잠에서 깨 꿈틀거리다 결국 울음을 터트렸다. 민성이를 안으며 생각했다. 아빠의 금요일, 이제 일주일 남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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