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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성이 아빠 Jan 31. 2021

육아와 군생활

휴직 276일째, 민성이 D+525

'아, 아니 저것은?' / 2021.1.30. 집 앞 어린이 공원


어제(30일)로 휴직 276일째, 내가 브런치에 올린 글도 276개가 되었다. 하루에 1000자, 그리 긴 글은 아니지만 매일 글 한 편을 쓰는 건 쉽지 않았다.


난 군대에서도 일기를 썼다. 당연히 졸병 땐 그럴 수 없었고, 일병을 달고나서 쓰기 시작했다. 하루에 한쪽, 그때 일기를 뒤적여보니 2005년도 11월이 처음이다. 벌써 15년 전이다.


그러고 나서 전역 직전까지 매일 일기를 썼다. 두꺼운 노트로 세 권을 빼곡히 채웠다. 선임이건 후임이건, 모두 내가 독하다고 했다.


육아일기는 내 인생 두 번째 일기다. 내년 봄, 휴직이 끝날 때까지 일기를 거르지 않는다면 얼추 2년이 된다. 공교롭게도 군생활 기간과 같다.


흔히 육아와 군생활이 비슷하다고들 한다. 친한 친척 동생은 아이가 예쁜 짓을 하는 게 군대에서 초코파이가 나오는 것과 비슷하다고 했다. 둘 다 매우 달콤하지만, 자주 맛볼 순 없다.


그것 말고도 비슷한가? 곰곰이 생각해 본다. 아빠는 군생활을 해봤으니 둘을 비교할 수 있다. 일단 육아를 할 때도, 군생활을 할 때도 몸이 자유롭지 않다. 집이 내무반이다.


일상이 반복되는 것도 비슷하다.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어제 같은 건 육아나 군생활이나 똑같다. 만나는 사람도 변하지 않는다. 내무반엔 사람이 많기라도 하지, 우리 집엔 나와 아이 둘뿐이다.


군대에서도, 집에서도 위계질서가 명확하다. 다만 군대에서와 달리 시간이 흘러도 집에서 내 계급은 변하지 않는다. 나는 만년 후임, 아이는 만년 선임이다. 그런 점에서 지금이 좀 더 억울하긴 하다.


군대에서 일기를 쓰기 시작했던 건 하루하루가 증발해버리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육아일기를 시작한 것도 비슷한 이유다. 민성이와 보내는 시간을 허투루 보내고 싶지 않았고, 무언가를 남기고 싶었다.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 특히 글이 잘 안 써질 때 - 예전 육아일기를 뒤적이곤 한다. 그때마다 민성이가 참 잘 생겨졌구나 생각한다. 계획대로라면 앞으로 400일 더 남았다. 마지막 장까지, 일기 잘 쓸 수 있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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