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275일째, 민성이 D+524
요즘 어린이집에서 민성이를 데리고 와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이거다. 아이를 품에 안은 채로 그의 귓가에 살며시 "아빠"라고 속삭인다. 그럼 열에 아홉은 민성이가 또렷이 따라 말한다. "아-빠."
민성이가 아빠라고 말한 지는 꽤 됐다. 아이가 처음 '아빠', 정확히는 '아빠빠빠빠'라는 소리를 냈다고 브런치를 쓴 게 지난해 6월, 벌써 반년 전 일이다(아빠빠빠빠).
그 이후로도 민성이는 간혹 아빠라고 했다. 어떤 날은 그냥 아빠를 외치며 온 집안을 돌아다니기도 했다(보이는 건 다 아빠). 하지만 그때까지도 아이가 말을 했다기보다는 소리를 낸 것에 가까웠다.
그런데 이젠 조금 다르다. 민성이가 진짜 나를 보고 아빠라고 부르는 느낌이 든다. 글로는 표현이 잘 안되는데, 아이가 말을 할 때의 눈빛이 그렇고, 우리 둘을 감싸는 분위기가 그렇다.
육아휴직 10개월 차, 아이를 보는 건 즐거울 때도 많았지만 힘들 때가 더 많았다. 돌이켜 보면 몸보단 마음이 더 힘들었던 것 같고, 마음의 여러 파트 중에서도 외로움이 차지하는 비중이 컸다.
혼자가 아니고 아이와 있는데도 외로웠던 건, 아이와 소통하는 느낌이 들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아이 옆엔 내가 있었지만, 내 옆엔 아이가 없었다. 내가 아빠라는 건 알까? 모를 것이다. 아빠가 뭔지도 모를 텐데.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지금 어떤 기분인지 얘기해준다면, 그리고 궁금한 것, 예컨대 하늘은 왜 파란지 묻고, 그래서 내가 답해준다면 난 외롭지 않았을 것이다. 조금 버거웠을진 몰라도.
민성이를 봐온 날 중에 지금 아이가 제일 예쁜 것 같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비로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던가. 민성이가 내 이름을 부르기까지, 그래서 내 마음에 꽃이 피기까지 열 달이 걸렸다.
아이가 내 눈을 바라보며 '아빠'라고 또렷이 입을 떼는 그 순간은 두고두고 잊지 못할 것이다. 지금도 이렇게 예쁜데, 앞으론 얼마나 더 예쁠까. 아이는 어릴 때 평생의 효를 다한다니까, 즐길 수 있을 때 실컷 즐겨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