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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성이 아빠 Feb 09. 2021

갈 듯 가지 않는 겨울, 감기

휴직 285일째, 민성이 D+534

'딸기는 역시 크게 베어 먹어야 제 맛이랍니다!' / 2021.2.8. 부모님 집


그제(7일) 저녁, 민성이는 쉽게 잠들지 못했다. 아이 우는 소리에 옆에 있던 아내가 총알처럼 달려갔지만, 그는 엄마 품에서도 좀처럼 울음을 그치지 못했다. 분명 무언가 불편한 것이다.


다음날, 민성이 코에서 또르르 맑은 콧물이 흘러내렸다. 아, 그래서 그랬나. 어린이집에 민성이를 데리러 갔더니 선생님도 말했다. "아버님, 민성이 콧물 나와요." 온종일 그랬나 보다.


하원 후에 부모님 집에 갔더니, 민성이 이마에서 미열까지 느껴졌다. 돌발진 이후 열이라면 심장이 두근거린다. 왜 아이 찬바람을 쏘였느냐고, 민성이 할머니에게 혼쭐이 난 뒤 아버지 차를 타고 소아과로 향했다.


오랜만에 민성이를 데리고 소아과를 찾았다. 그만큼 그동안 아이가 별 탈이 없었다. 여느 때처럼 내 품에 안겨 진료를 보는데, 원장님이 다가오자 아이는 울음을 터트렸다. 오열에 가까웠다.


선생님도 약간 당황한 듯 보였다. 민성이는 병원에 와도 울 때보다 웃을 때가 많았다. 심지어 접종을 하러 오는 날도 그랬다. 어제 아이는 지금까지 소아과에서 보인 반응 중에 가장 격렬한 반응을 보였다.


민성이 목에 염증이 보이고, 그래서 열이 더 날 수도 있겠다고, 원장님은 말했다. 해열제와 소염제를 처방해주셨고, 설 연휴에도 오전 진료를 보는 날이 있으니, 아이 증세가 심해지면 걱정 말고 내원하라고 했다.


한동안 괜찮았는데, 왜 또 아픈 걸까. 두 돌 안된 아이가 겨울 감기에 걸리는 거야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지만, 그래도 마음이 안 좋다. 아이가 아프면 부모는 마음이 늘 그럴 수밖에 없다.


근래 어린이집에 갈 때마다 민성이와 걸어서 등하원을 해서 그런 걸까? 휴직을 한 지 이제 1년을 바라보는데도 이런 게 참 어렵다. 아이를 풀어놓자니 위험하고, 아이를 꽁꽁 싸매고 키우자니 답답하다. 


미열에 깜짝 놀라 어제는 민성이를 씻기지도 않았다. 고양이 세수만 시킨 뒤 약을 먹여 일찍 재웠다. 괜찮다 싶다가도 잠시만 한 눈을 팔면 아픈 게 아이다. 콧물이 쏙 들어갈 때까지, 당분간은 칩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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