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284일째, 민성이 D+533
쌀쌀한 날씨에 코로나까지, 이래저래 외출이 힘든 시기지만 가급적 주말에는 민성이를 데리고 나들이를 가려고 노력한다. 최근엔 그게 국립생태원이었다(걷다 지친 그대에게).
누차 극찬했지만, 민성이 또래 아이와 나들이를 다녀오기로는 생태원만 한 곳이 없다. 어제(7일)도 그곳에 가서 민성이를 원 없이 걷게 해주려 했는데, 이번엔 미세먼지가 발목을 잡았다.
온종일 아파트 바로 앞 동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심했다. 추위와 코로나로도 모자라, 이제는 미세먼지까지 신경 써야 한다니! 이렇게 주말 외출은 허탕인가 싶었는데, 아내가 테디베어 박물관 이야기를 꺼냈다.
지난 달이었나. 모처럼 아내와 둘이 점심을 먹고 그녀 회사 근처에서 산책을 하다가 테디베어 박물관을 발견했다. 첫인상은 그리 좋지 않았다. (옛) 외지인의 눈으로 보자면 다소 엉뚱하고, 어색한 관광지였다.
테디베어를 군산에서 처음 만든 것도 아닌데, 굳이 군산을 찾은 사람이 이곳에 올까 싶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성이를 데리고 이곳에 온 이유는 곰돌이에 대한 그의 애정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입장권을 끊으면서도 내 편견은 가시지 않았다. 풍파에 찌든 30대 중후반 아저씨의 기대감은 바닥을 기었다. 분명 조악하겠지만, 민성이는 좋아할 거야. 그렇게 마음을 다잡으며 안으로 들어섰다.
하지만 웬걸, 기대 이상이었다. 박물관의 콘셉트는 사라진 테순이(?)를 찾아 테디와 친구들이 모험을 떠난다는 거였는데, 크고 작은 테디 베어들이 각 나라 특징을 잘 살린 옷을 입고 앙증맞게 전시돼있었다.
민성이는 처음엔 '여긴 어디, 나는 누구' 모드였지만, 조금 시간이 흐르자 곰돌이가 보이는 족족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신기해했다. 아이보다 내가 더 즐겼던 것 같기도 하다. 나도 꽤 답답했나 보다.
이렇게 한 번씩 외출을 하고 나면 민성이가 더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게 부지런히 돌아다녀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하루빨리 추위와 코로나, 미세먼지 걱정 없이 민성이와 더 많은 추억을 쌓을 수 있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