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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성이 아빠 Feb 27. 2021

부부는 애 때문에 사는 걸까(2)

휴직 303일째, 민성이 D+552

'아빠, 힘내세요. 인생이란 게 원래 그렇게 호락호락한 게 아니에요.' / 2021.2.26. 아파트 놀이터


아내와 나 사이에 큰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 당장 이 곳 브런치만 해도 애를 낳고 부부간에 지지고 볶았다는 글이 사방 천지다. 매일 피곤하고 생활이 빡빡하긴 하지만, 분명 우린 잘 버티고 있다. 


다만 마지막으로 아내와 둘만의 시간을 가진 게 언제인지 가물가물하고, 앞다퉈 수다를 떨던 우리 부부의 대화도 많이 줄었다. 그나마 그 대화의 8할 이상은 민성이 관련이다.


둘이 살다 셋이 되었으니, 더욱이 그 세 번째 가족은 아직 제 몸 하나 온전히 가누지 못하니 당연한 거 아닌가 싶기도 하다. 남들 다 그렇게 사는데, 유독 나만 유난을 떠는 건 아닐까.


유치한 질투 같기도 하다. 10년 동안 아내의 사랑을 독차지하다가 불과 몇 개월 만에 그 사랑을 완전히 빼앗겼으니. 아내에게 툴툴거리는 모습이, 내가 봐도 애정 결핍을 호소하는 듯하다. 


그제(25일) 내 브런치를 보고 아내는 신이 나서 날 놀려댔다. 쾌지나 '징징' 난다나. 하긴 일하고 와서 민성이랑 놀아주는 것만도 버거운 아내에게, 내 고민은 사치스러움을 넘어 귀여운 것일지 모른다. 


육아휴직을 하면 할수록, 안 그래도 작았던 내 마음이 더 작아지는 기분이 든다. 마냥 서럽고, 억울할 때가 많다. 그리고 그 부정적인 감정은 모두 다른 사람 탓이라고 생각한다. 참 못났다.


부부 관계도 그렇다. 생각해본다. 과연 나는 얼마나 노력하고 있나. 아이 보느라 힘들다는, 막연하고 추상적인 방패 뒤에서 마냥 게으름을 부리고 있진 않나. 민성이를 위해서, 아내를 위해서 난 정말 최선을 다하고 있을까.


이번 연휴에 아내는 가까운 곳이라도 민성이를 데리고 1박 2일 놀러 가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는 아이를 재우다가 그녀도 일찌감치 그 옆에서 곯아떨어졌다. 얼마나 피곤했을까, 쓰러져 자는 아내의 모습이 애처롭다.


지금은 민성이가 많이 어려 부부의 시간과 에너지를 온전히 그에게 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이가 더 자라면 나아질 것이다.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자. 피곤한 일상을 조금이라도 유쾌히 보내려 노력하자. 그거면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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