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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성이 아빠 Mar 06. 2021

민성이가 뿔났다

휴직 310일째, 민성이 D+559

'휴, 힘드네. 선생님, 저 조금 쉬었다 놀게요.' / 2021.3.3. 어린이집


요즘 민성이가 가지고 노는 것 중에 으뜸은 단연 (유아용) 레고 블록이다. 상자에 블록을 넣었다 뺐다 하며 몇십 분씩 앉아있는 아이를 보며, 아내와 난 늘 말한다. 이미 본전 뽑았다고.


그런데 블록을 잘 가지고 놀다가도 아이가 갑자기 짜증 낼 때가 있다. 대체로 무언가 자기 뜻대로 안 될 때 그러는데, 블록이 서로 잘 안 맞춰진다거나, 집게로 블록이 안 집어지는 경우가 그렇다.


그럴 때마다 그는 아주 성난 표정을 지으며 블록을 바닥에 집어던진다. 자기 뿔났다는 거다. 그 모습은 전혀 위협적이지 않고, 오히려 엄청 귀엽다. 조그마한 팔을 내둘러봐야 블록이 멀리 나가지도 않는다.


하지만 고민은 된다. 아이가 그럴 때마다 어떻게 하는 게 맞는 걸까. 나는 아이에겐 훈육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보지만, 문제는 민성이가 너무 어리다는 점이다. 


많은 육아서에서도 훈육이 효과를 발휘하는 시점으로 최소 두 돌 이후를 꼽는다. 그 전에는 아이가 이게 잘못된 행동이라는 걸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뇌가 성장하지 못했다는 거다. 


그래서 지금 아내와 내가 민성이에게 할 수 있는 최대치는 단호한 표정과 어투로 '안돼'라고 말하는 것뿐이다. 물론 그래 봐야 몇 초 후에 아이는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지만.


물건을 던지고, 음식을 던져도 집에선 크게 문제 될 게 없다. 누가 다치는 것도 아니고, 내가 조금 불편하지만 치우면 그만이다. 하지만 아이가 어린이집에서도 같은 행동을 하면, 그건 문제다.


민성이는 요즘 마음에 안 든다 싶으면 물건을 던지고, 입 밖으로 침을 밀어내고, 내 얼굴을 (살짝) 때리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아이를 혼내주고 싶은 마음이 목젖까지 올라왔다 다시 내려간다.


육아서에선 화 난 아이의 감정에는 공감해주되, 안 되는 건 안된다고 단호히 얘기하라고 조언한다. 민성이도 뿔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뭐든 본인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에게 절제와 인내를 가르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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